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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여자축구 구락부 ‘내고향팀’의 국제대회 우승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이를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뤄낸 스포츠 성과를 순수하게 평가하기보다 “세계 앞에 조선의 본때를 보였다”는 정치적 구호로 포장하는 모습은 북한 체육이 여전히 국가 선전의 도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보는 2일 ‘새로운 도전, 세계 앞에 조선의 본때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고향팀이 2025~2026년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우승해 아시아 최우수 여자축구 구락부팀의 지위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수원팀과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상대로 거둔 역전승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북한 여자축구의 수준과 정신력을 선전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노력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어려운 훈련 환경과 제한된 국제교류 속에서도 실력을 쌓아 승리를 일궈냈다면 그 공은 무엇보다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성장 과정이나 인간적인 고민, 경기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훈련 방식보다 국가적 자존심과 체제의 명예가 먼저 등장한다.
스포츠의 주인공이 선수에서 국가와 지도체제로 바뀌는 순간, 승리는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정치적 충성의 결과로 해석된다. 북한이 국제대회 성과를 보도할 때마다 반복하는 ‘조국의 영예’, ‘민족의 기상’, ‘본때를 보여주었다’는 표현도 이러한 선전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 구락부를 상대로 한 경기를 유독 강조한 대목에는 스포츠를 국가 간 체제 경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축구 경기는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을 겨루는 무대이지, 특정 국가나 정치체제의 우월성을 판정하는 전쟁터가 아니다. 승리를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으로 해석할수록 선수들에게는 경기 자체보다 체제의 위신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 여자축구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우승 선전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해외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지, 국제대회 상금과 보상이 선수들에게 정당하게 돌아가는지, 부상 치료와 은퇴 이후의 삶은 제대로 보장되는지 공개돼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지속적인 교류, 투명한 선수 선발, 전문적인 의료·과학 훈련 체계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신보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는 침묵한 채 모든 성과를 집단주의와 정신력의 산물로만 설명한다. 체계적인 투자와 선수 권리 보장, 전문 지도자 양성 등 현대 스포츠의 핵심 요소는 가려지고, 오직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선수상만 강조된다.
체육 성과를 정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은 선수들의 순수한 노력을 오히려 훼손하는 일이다. 경기에서 뛰고 골을 넣으며 역전승을 만들어낸 주체는 추상적인 체제나 구호가 아니라 선수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에 대한 충성 경쟁이나 ‘본때를 보이라’는 압박이 아니라, 자유롭게 훈련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북한이 진정으로 세계적인 축구 강국을 꿈꾼다면 우승컵을 체제 선전물로 전락시키는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국제사회가 보고 싶은 것은 과장된 승리 구호가 아니라 선수들의 개성과 인권이 존중되고, 스포츠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다.
“세계 앞에 조선의 본때를 보였다”는 선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체육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선수의 땀을 체제의 공적으로 가로채는 선전이 계속되는 한, 북한 여자축구의 빛나는 성과 뒤에는 스포츠마저 정치적 도구로 삼는 폐쇄체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