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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나”

2026-06-08 10:07 | 입력 : 안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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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NBC 인터뷰 중단.. 부정선거 논란 다시 수면 위로

인터뷰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BC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 도중 진행자와 격하게 충돌한 뒤 인터뷰를 중단하면서, 미국 정치의 해묵은 쟁점인 선거 신뢰 문제가 다시 정면으로 떠올랐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방송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거 제도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 주류 언론의 검증 태도, 그리고 정치권력이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건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가 “잘못한 일이 없는 사람들을 감옥에 보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진행자인 크리스틴 웰커는 이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증거가 있다”고 맞섰지만, 웰커는 “법정에서 입증된 적은 없다”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자 대화는 곧 2020년 대선과 선거 부정 문제로 옮겨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꺼냈고,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도 선거 부정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웰커가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는 부정하게 치러지고 있다”며 언론과 방송사를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웰커와 NBC를 향해 “당신도 알고 있고, 당신의 방송사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주류 언론이 선거 부정 의혹을 외면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의 방송사는 편향되고 부정직하다”고 강하게 몰아붙인 뒤 인터뷰를 중단했다.

물론 선거 부정 주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근거 없는 주장만으로 선거 결과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과 제도적 허점을 모두 “음모론”이라는 말 한마디로 덮어버리는 태도 역시 민주주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투표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이 그 투표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있다. 선거가 아무리 절차적으로 치러졌다 해도 국민 다수가 그 과정에 의문을 품고 있다면, 언론과 제도권은 그 의문을 조롱할 것이 아니라 검증해야 한다. 선거 관리, 우편투표, 사전투표, 개표 절차, 참관 제도, 유권자 명부 관리 등은 어느 나라에서든 민주주의의 기초 인프라다.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더 큰 문제는 언론의 태도다. 언론은 권력자의 주장을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의 불신도 검증해야 한다. 권력자의 발언은 따지고, 제도권이 불편해하는 의혹은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선택적 감시다. 선거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극단주의자나 음모론자로 몰아붙이는 언론은 스스로 공론장의 신뢰를 허물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중단은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통령이라면 불편한 질문에도 끝까지 답해야 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동시에 주류 언론이 오랜 기간 누적시켜 온 불신도 이번 장면을 통해 다시 드러났다. 진행자가 “법정에서 입증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모든 제도적 문제 제기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선거의 정당성은 법원의 판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선거의 정당성은 국민의 눈앞에서 확인 가능한 절차, 투명한 관리, 공개된 검증, 그리고 언론의 공정한 감시를 통해 완성된다. 법정에서 뒤늦게 다투는 구조가 아니라, 애초에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설계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사회가 2020년 대선 이후 지금까지 선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쪽은 “부정선거”를 외치고, 다른 한쪽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정치적 낙인이 아니라 제도적 투명성이다. 언론은 어느 편의 확성기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실의 검증자가 되어야 한다고 일반 시민들은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부정직한 언론을 가진 나라는 위대해질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이 발언은 거칠지만,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를 찌르고 있다. 선거를 믿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언론을 믿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사회는 결코 안정될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NBC 인터뷰 파문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 제도와 언론 신뢰는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생명선이다. 선거에 대한 의혹을 억누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언론을 향한 불신을 단순한 정치적 감정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국민이 묻는다면 제도는 답해야 하고, 언론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은 미국과 한국에서도 필요해 보인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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