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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전승’이라는 이름의 선전, 주민의 고통은 지워졌다

2026-07-03 15:23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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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6·25 전쟁 미화는 역사 왜곡이자 체제 결속용 정치 의식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노동신문이 다시금 이른바 ‘조국해방전쟁사적지’를 내세워 김일성의 전쟁 지도 업적을 찬양하고 나섰다.

보도는 김일성을 “동서고금에 있어본 적 없는 위대한 군사전략가”로 치켜세우며, 6·25 전쟁을 북한의 ‘승리’로 포장했다. 그러나 그 장황한 찬양문 속에는 전쟁의 참혹한 책임, 주민이 겪은 희생, 한반도 분단의 비극에 대한 성찰은 단 한 줄도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이 말하는 ‘전승’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 6·25 전쟁은 1953년 7월 정전협정으로 총성이 멈췄을 뿐, 평화협정으로 끝난 전쟁이 아니다. 남북 모두 막대한 인명 피해와 폐허를 남겼고, 수많은 이산가족과 납북자, 국군포로, 전쟁고아가 생겨났다. 이런 비극 앞에서 필요한 것은 지도자 우상화가 아니라 책임의식과 역사적 반성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전쟁을 체제 선전의 핵심 도구로 삼고 있다. 이번 보도 역시 김일성이 머물렀다는 지휘처, 기총탄 자국, 불발탄 등을 반복적으로 소개하며 ‘하늘이 낸 인물’이라는 식의 신격화된 표현을 동원했다. 이는 전쟁 유적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전쟁의 공포와 희생을 수령 숭배의 재료로 바꾸는 정치적 연출에 가깝다.

특히 북한 매체는 미군의 공습과 폭격만을 부각하면서 전쟁 발발의 책임 문제는 철저히 회피한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누가 한반도를 전면전의 참화 속으로 몰아넣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모든 서사는 “수령의 탁월한 영도”와 “인민의 단결”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식 역사 서술의 본질이다. 불편한 사실은 지우고, 권력에 필요한 기억만 남기는 방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전쟁 미화가 오늘의 군사주의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6·25 전쟁의 기억을 평화의 교훈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반미 대결전’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주민들에게 적대의식을 주입하고, 핵·미사일 개발과 군사적 긴장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한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보다 체제 유지를 위한 적대감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식량난과 경제난, 정보 통제, 이동의 자유 제한, 정치범수용소 문제 등 북한 사회가 직면한 현실은 심각하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주민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수령의 ‘불멸의 업적’과 ‘혁명의 만년재보’만을 강조한다.

전쟁 유적지를 찾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 어린 충성 맹세가 아니라, 왜 자신들의 삶이 아직도 전시 동원 체제 속에 묶여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김일성의 전쟁 서사를 반복적으로 소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3대 세습 권력의 정당성을 과거의 전쟁 신화에 기대려는 것이다. 김일성을 ‘전승의 영웅’으로, 김정일을 ‘혁명의 계승자’로, 김정은을 ‘승리의 역사’를 이어가는 지도자로 연결하는 선전 구조는 북한 체제의 전형적인 통치 방식이다. 결국 전쟁의 기억마저 한 가문의 권력 세습을 미화하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찬양문을 동원해도 전쟁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6·25 전쟁은 민족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비극이었다. 그 비극을 ‘승리’로만 포장하고, 지도자 숭배의 무대로 삼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진정으로 전쟁을 기억한다면, 북한은 수령 우상화가 아니라 전쟁 책임과 주민 희생,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말하는 ‘전승의 성지’는 권력의 성지가 될 수는 있어도, 고통받은 민족 전체의 기억을 대표할 수는 없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워져야 할 것은 수령 찬양비가 아니라, 다시는 전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책임 있는 역사 인식이다.

북한 정권이 끝내 그 길을 외면한다면, 그들의 ‘전승’ 선전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공허한 체제 보위 구호로 남을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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