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미국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대만 법인 직원 2명이 엔비디아 첨단 AI 반도체가 탑재된 서버를 중국으로 우회 반출하려 한 의혹과 관련해 대만 검찰에 구금됐다.
대만 지룽지방검찰청은 슈퍼마이크로 대만 직원 4명을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구금되고 2명은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밝혔다. 해당 서버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대상인 엔비디아 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는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국제적인 첨단기술 유출 의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룽지검 황성 수석검사는 현재 모두 9명이 조사 대상에 올라 있으며, 이 중 6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서를 위조해 슈퍼마이크로가 만든 서버 약 50대를 중국으로 보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서버는 대만 세관을 통과한 뒤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수사당국은 지난 29일 슈퍼마이크로 대만 사무실과 유통업체 알바트론 테크놀로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치프텔레콤, 관련자 주거지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대만 언론은 구금자 중 알바트론 부사장급 인사와 슈퍼마이크로 대만지사 관리자급 직원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대만 당국이 엔비디아 고급 AI 칩이 들어간 슈퍼마이크로 서버 50세트를 압수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에도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대만 검찰은 허위 수출서류 작성과 배임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슈퍼마이크로 측은 회사가 이번 수사의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수개월 동안 대만 당국에 협조해 왔으며, 조사 대상 직원들의 책상과 전자기기 접근을 허용하고 관련 직원들을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가 중국의 군사·감시·초고성능 컴퓨팅 역량 강화에 쓰일 수 있다고 보고 대중국 수출을 강하게 제한해 왔다. 그러나 대만과 동남아를 경유한 우회 반출 의혹이 잇따르면서 미국의 수출통제망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내에서는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슷한 의혹은 싱가포르에서도 불거졌다. 싱가포르 경찰은 AI 칩 관련 사기 사건에서 4명에게 추가 혐의를 적용하고, 델·슈퍼마이크로·아수스에서 구매한 서버의 최종 사용자를 허위로 표시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약 5,500만 싱가포르달러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 처분을 금지하고, 약 100만 싱가포르달러의 계좌 자금도 압수했다.
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이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슈퍼마이크로 관련 엔비디아 칩 밀반출 의혹과 직접 연결돼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지난 3월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등 3명을 중국으로 AI 기술을 불법 반출하려 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대만과 싱가포르에서도 유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기술전쟁은 사법·수출통제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AI 시대의 핵심 전략물자가 더 이상 반도체 칩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칩이 장착된 서버, 데이터센터 장비, 유통망, 최종 사용자 확인 절차까지 모두 기술안보의 최전선이 됐다.
중국의 우회 조달망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의 수출통제는 문서상 규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