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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김일성종합대학 80주년 선전전

2026-07-03 13:23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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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보다 충성 경쟁이 앞서는 북한 대학의 생일맞이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8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섰다. 조선신보는 올해 10월 창립 80돌을 맞는 김일성종합대학이 “비상한 열의”로 들끓고 있으며, 국제학술토론회와 각종 전시회, 교수경험토론회, 과학토론회 준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 보면 북한 최고 대학의 교육·과학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학술교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도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학문 발전보다 수령 우상화, 교육 혁신보다 정치사상 교양, 대학 경쟁력보다 체제 충성 경쟁이 앞세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도는 김일성종합대학의 창립 80주년 준비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교육 개혁이나 연구 성과가 아니라 “절세위인들의 령도업적”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었다. 대학 당위원회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김일성의 이름을 딴 대학에서 배우고 일하는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정치사상교양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는 대목은 북한 고등교육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학은 본래 자유로운 탐구와 비판적 사고, 독립적 연구가 살아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학은 여전히 학문의 전당이라기보다 체제 충성심을 재생산하는 정치 기관에 가깝다. 김일성종합대학이 ‘주체과학교육의 최고전당’이라고 선전되지만, 실제 보도의 중심에는 과학보다 사상, 교육보다 우상화, 연구보다 충성 맹세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대학 교정을 “대혁명사적지구”와 “교양거점”으로 꾸리겠다는 계획은 교육기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학도서관, 전자도서관, 체육관, 교사 등 교육 시설을 개선한다면서도 그 목적이 학생들의 학문적 성장보다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혁명사적관, 연혁소개실을 더 정중히 꾸리는 데 집중되고 있다면 이는 대학 발전이라기보다 우상화 시설 확충에 가깝다.

김정은의 혁명역사를 전하는 전자지도첩을 제작하고, 김정은의 사상을 해설한 80종의 기념도서를 집필·출판한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세계 일류 대학을 말하면서도 정작 대학이 생산하려는 주요 결과물이 지도자 찬양 도서와 혁명사적 콘텐츠라면, 이는 학문적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 사회의 대학들이 인공지능, 생명과학, 반도체, 기후기술, 의학, 우주과학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안 북한 최고 대학은 여전히 수령 우상화의 문헌 생산에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신보는 교육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사업도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새로운 과목과 교재를 개발하며 통합교수관리체계를 완성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교육 개혁조차 “수령의 대학으로서의 혁명적 성격과 본태”에 맞춰 정치사상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문은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과학은 검증과 반박을 통해 발전한다. 그러나 북한식 교육 체계에서 허용되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복종이고, 토론이 아니라 사상 검열이며, 창의가 아니라 당의 노선에 맞춘 해석이다. 이런 구조에서 아무리 “최신 연구성과”와 “일류급대학수준”을 강조해도 진정한 의미의 학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보도에는 국가계획위원회, 국방성, 사회안전성, 전력공업성, 정보산업성 등 주요 기관들이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육조건 개선을 후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북한은 이를 국가적 관심과 지원으로 포장하지만, 이는 동시에 김일성종합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체제 핵심 기관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정치·기술 인력 양성기지임을 보여준다.

특히 국방성, 사회안전성까지 등장하는 대목은 북한의 과학기술 교육이 민생보다 군사와 통제 체제에 우선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국제학술토론회 준비를 강조한 부분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국제학술교류는 학문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연구자의 이동과 소통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 사회는 외부 정보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고, 학문적 비판과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폐쇄 체제다.

이런 조건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행사는 학문 교류라기보다 체제 정상성을 과시하기 위한 외교 선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80주년 행사는 북한 체제가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학생을 자유로운 지성인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충성스러운 체제 인재로 길러내는 것, 대학을 연구와 토론의 공간이 아니라 혁명사적지와 정치교양 거점으로 만드는 것, 과학기술을 주민 생활 개선보다 권력 유지와 국가 통제에 결합시키는 것이 바로 북한식 고등교육의 민낯이다.

북한은 “세계일류급대학”을 말한다. 그러나 세계 일류 대학의 조건은 화려한 기념행사나 대형 전광판, 취주악대, 지도자 찬양 도서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연구 환경, 학문적 독립성, 열린 정보, 국제적 검증, 학생과 교수의 자율성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 창립 80주년을 맞아 진정으로 변화해야 할 것은 건물 외관이나 기념행사 규모가 아니라 대학을 억누르고 있는 정치사상 통제의 구조다.

수령 찬양을 학문보다 앞세우는 한, 김일성종합대학은 아무리 “최고전당”을 자처해도 세계 일류 대학이 될 수 없다.

북한 최고 대학의 80주년 선전은 교육 발전의 성과라기보다, 아직도 대학마저 권력 우상화의 도구로 묶어두고 있는 북한 체제의 시대착오적 현실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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