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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생명을 보호하는 산소공장”

2026-07-06 10:09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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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 뒤에 가려진 북한 의료 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평양시 형제산구역 신미동에 자리한 보건산소공장을 소개하며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산소공장”이라고 선전했다. 평양 시내 치료예방기관들에 의료용 산소를 공급하고 있으며, 설비의 국산화 비중을 높이고 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겉으로만 보면 주민 생명 보호를 위한 의료 기반 확충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 보건체계의 성과라기보다, 오히려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마저 선전 소재로 삼아야 하는 북한 현실을 드러낸다.

의료용 산소는 현대 의료에서 특별한 치적이 아니라 필수 기반이다. 응급환자, 중환자, 수술환자, 호흡기 질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 물자다. 이런 산소 공급 체계를 국가적 성과처럼 포장한다는 것은 북한의 의료 현장이 여전히 기초적인 장비와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보도는 평양시 안의 치료예방기관들이 이용하는 의료용 산소가 이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보건정책이 여전히 평양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 의료기관에는 산소 공급 체계를 선전할 수 있을 만큼 집중하지만, 지방 병원과 군 단위 의료기관의 현실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주민 생명 보호를 말하려면 평양뿐 아니라 지방의 산소 공급망, 응급 의료 체계, 병원 설비 수준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

“설비의 국산화비중을 높였다”는 표현도 선전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국산화라는 구호가 아니라 안정성, 품질관리, 위생 기준, 지속적인 공급 능력이다. 의료용 산소는 순도와 안전 기준이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북한 매체는 실제 품질 검증 체계, 사고 예방 시스템, 병원별 공급 안정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기술 성과를 과장하면서도 정작 환자 안전과 관련된 핵심 정보는 빠져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당국이 보건 문제마저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지, 지도체제의 치적으로 포장할 일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 필요한 것은 구호와 미화가 아니라 투명한 예산, 충분한 의약품, 숙련된 의료진, 안정적인 전력 공급, 감염 관리 체계다. 산소공장 하나를 내세워 전체 보건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주민의 고통을 가리는 선전술에 가깝다.

북한은 “질 높은 의료용 산소”를 강조하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산소가 생산되어도 병원까지 안정적으로 운송되지 못하거나, 전력난과 장비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생명 보호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의료용 산소 공급은 공장 건설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 현장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의 신뢰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이 주민 생명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라, 기본 의료 인프라조차 선전 대상으로 삼는 체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생명을 보호한다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북한 당국은 산소공장 자랑보다 의료 현실의 격차와 부족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평양의 일부 시설을 치장하는 방식으로는 북한 주민 전체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주민의 생명은 선전 문구로 보호되지 않는다. 의료는 체제 과시가 아니라 인간 존엄의 문제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산소공장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전국 병원과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의료 공백부터 투명하게 드러내고 바로잡아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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