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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방목지 900여 정보 개간 선전

2026-07-06 10:0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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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강도 축산정책의 그늘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조선신보가 자강도에서 올해 1단계로 900여 정보의 방목지를 개간하고 풀씨 뿌리기를 마쳤다고 선전했다. 자강도를 ‘풀먹는 집짐승에 의한 축산물 생산의 본보기 도’로 꾸리겠다는 당 결정에 따라 온 도가 나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겉으로는 축산물 생산 확대와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사업처럼 보이지만, 보도 전반에 드러나는 것은 실질적 민생 개선보다 당 정책 관철을 앞세운 동원식 행정의 전형이다.

보도는 도당위원회와 도인민위원회, 도농촌경리위원회, 시·군 농업경영위원회 일꾼들이 협의회를 열고 현장을 답사하며 방목지 개간과 풀판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900여 정보의 방목지를 새로 개간하는 과정에서 토지의 생태적 안정성은 검토됐는가. 산림 훼손과 토양 유실 가능성은 어떻게 관리되는가. 사료, 수의 방역, 축사 관리, 운송·저장 체계는 충분히 갖춰졌는가.

주민들에게 실제로 돌아갈 고기와 젖, 가공품 생산량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 매체는 숫자와 구호는 제시하지만,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주민 체감 효과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특히 산지가 많은 자강도에서 대규모 방목지 개간은 신중해야 할 문제다. 방목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덕지대와 산간 지대를 무리하게 개간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풀판 조성 실적으로 포장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산림 훼손, 토양 침식, 물 관리 악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생산 증대를 명분으로 산지를 무리하게 개간했다가 자연재해와 식량난을 악화시킨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 보도는 환경적 평가나 관리 대책보다 “당 결정 관철”과 “책임일꾼들의 솔선”만을 부각하고 있다.

축산업은 단순히 풀판만 만든다고 성공하는 산업이 아니다. 염소와 양 같은 풀먹는 집짐승을 늘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품종 관리, 질병 예방, 겨울철 사양 대책, 축산물 가공과 유통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식 보도는 언제나 그렇듯 ‘풀판 조성’과 ‘보여주기 사업’을 성과의 핵심처럼 내세운다.

장강군 무덕축산농장의 경험을 일반화했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특정 농장을 모범으로 내세우는 것은 북한식 행정에서 익숙한 방식이지만, 한 지역의 사례가 도 전체의 축산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이 주민의 자발적 경제활동이 아니라 당 조직의 지시와 동원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는 농민과 축산 종사자의 실제 목소리보다 도당위원회와 책임일꾼들의 역할만 반복된다.

이는 북한 농축산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생산 현장의 주체는 주민과 농민이어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언제나 당이 주인공이고 주민은 동원 대상에 머문다. 이런 체계에서는 실패의 책임도 주민과 하급 단위에 전가되기 쉽고, 성공은 당의 치적으로 포장되기 쉽다.

자강도의 축산물 생산 확대가 정말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북한 당국은 선전용 숫자보다 실제 공급 체계를 공개해야 한다. 새로 조성한 방목지에서 얼마나 많은 가축을 안정적으로 기를 수 있는지, 생산된 축산물이 어느 지역 주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는지, 농민과 축산 노동자에게 어떤 보상이 돌아가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900여 정보의 방목지 개간은 또 하나의 정치적 실적표에 불과하다.

신보는 “풀먹는 집짐승에 의한 축산물 생산의 본보기”를 말하지만, 본보기가 되어야 할 것은 구호와 동원이 아니라 주민의 식탁이다. 풀판이 넓어졌다는 보도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실제로 고기와 젖을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당의 결정이 아무리 거창해도 그것이 주민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자강도의 방목지 개간은 민생정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선전용 개발사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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