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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티베트인 분신 사망에 “문화·언어·종교 지킬 권리 지지”

2026-07-11 06:23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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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본부 앞에서 티베트 독립·단결 호소한 뒤 숨져
- 중국에 달라이 라마 측과 조건 없는 직접 대화 재개 촉구

독자 제공
독자 제공

미국 국무부가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분신한 티베트인 활동가의 사망과 관련해 티베트인의 인권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중국 당국을 향해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지도자들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월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티베트인들이 간섭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고유한 문화와 언어, 종교를 기리고 보존할 수 있도록 그들의 불가침적 인권과 열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달라이 라마와 그 대표들, 민주적으로 선출된 티베트 지도자들과 직접 대화를 재개하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하고 티베트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자치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티베트인 활동가 로브가 랑젠이 지난 7월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분신한 뒤 숨진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이다.

망명 티베트인 단체와 언론에 따르면 랑젠은 분신에 앞서 티베트의 독립과 단결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생중계했다. 그는 티베트 전통 복장을 하고 티베트 깃발을 든 채 기도한 뒤 몸에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가 불을 끄고 그를 벨뷰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사망했다.

일부 외신은 고인의 본명을 로브상 팔덴으로, 로브가 랑젠을 활동명으로 보도했다. 다만 나이에 대해서는 42세와 52세라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어 정확한 신상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랑젠은 미국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면서도 뉴욕 티베트인 공동체의 각종 문화행사와 중국 정부 규탄 집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활동가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그가 티베트의 자유와 민족 정체성 회복을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여겼다고 전했다.

중국 ‘민족 단결법’ 시행 직후 발생

이번 사건은 중국이 7월 1일부터 이른바 ‘민족 단결 및 진보 촉진법’을 시행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법이 여러 민족의 단결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티베트 망명사회와 인권단체들은 해당 법률이 학교와 사회 전반에서 표준 중국어 사용과 중국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티베트인과 위구르인 등 소수민족의 언어·종교·문화를 한족 중심 체제에 동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티베트 망명의회도 법 시행에 앞서 이를 강제적 동화 정책의 도구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에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랑젠의 사망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티베트인들도 도쿄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고인을 추모하고 중국의 민족정책에 항의했다. 참가자들은 티베트어와 티베트 불교, 고유문화가 사라진다면 티베트 민족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중국 “티베트 문제는 내정” 반발

중국 정부는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티베트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므로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가 개입하거나 중국의 정책을 비판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티베트인의 종교 자유와 문화적 권리, 실질적 자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대체로 유지해 왔다. 특히 중국 정부와 달라이 라마 측 사이의 공식 대화가 장기간 중단된 상황에서 직접 대화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중국의 장기간에 걸친 티베트 탄압과 분리해 이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기희생을 항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티베트인들이 안전하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이후 티베트인 159명 분신

국제티베트지원운동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티베트와 중국 내에서 발생한 티베트인 분신 사건은 모두 15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해외 망명지에서도 11건의 분신이 발생했다.

초기에는 주로 승려들이 분신에 나섰지만 이후 목축민과 농민, 학생 등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됐다. 분신자들은 대체로 달라이 라마의 귀환과 종교의 자유, 티베트어 교육 보장, 중국의 강압적 통치 중단 등을 요구했다.

중국 당국은 티베트 지역에서 사원과 승려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분신 사건에 관한 정보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분신자를 돕거나 관련 정보를 전달한 가족과 주민을 처벌한 사례도 국제 인권단체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티베트 사회 내부에서도 분신을 둘러싼 고민은 깊다. 중국의 탄압에 맞선 최후의 저항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젊은 생명이 희생되는 방식이 불교의 생명 존중 가르침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달라이 라마 역시 분신의 종교적·윤리적 의미를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표현한 바 있다.

랑젠의 죽음은 티베트 문제가 단순한 중국 국내의 지역 문제가 아니라 언어와 종교, 민족 정체성, 인간의 존엄을 둘러싼 국제적 인권 문제임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은 분신이라는 비극을 낭만화하거나 또 다른 희생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티베트인들이 목숨을 던지지 않고도 자신들의 고통과 요구를 말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표현·종교·문화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미 국무부의 이번 성명은 그 출발점이다. 그러나 성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 측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티베트인의 언어와 신앙, 문화적 정체성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도록 국제사회가 일관되고 구체적인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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