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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9기 제1차 확대회의를 열고 핵무력의 질적·양적 확대와 군사기지 현대화, 정찰정보 기능 강화 방침을 제시했다.
주민 생활과 경제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군사력 증강과 군의 사회 전반에 대한 개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만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김정은은 7월 9일 열린 확대회의에서 “국가의 존망은 강력한 군사력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며 인민군의 정치사상적·군사기술적 능력을 강화하고 전투태세에서 질적인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시했다.
회의에서는 전투체계의 기술 기반 갱신, 핵무력의 질적·양적 확대, 군사기지의 표준화·전문화·현대화, 군사훈련 및 교육체계 개편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찰정보총국의 기능과 임무를 확대하고 군사정찰·정보첩보 능력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와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을 체제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핵무력을 외부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핵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동안 주민들은 식량난과 의료·에너지 부족,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핵무력을 단순히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질량적으로 확대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핵탄두 수량과 운반수단, 지휘통제체계 등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주변국의 군비 경쟁을 촉진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외부의 위협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선군정치의 논리다.
“당과 사상을 같이하는 군대”.. 국가 아닌 김정은 체제 수호 강조
김정은은 인민군을 “당중앙과 사상과 뜻을 같이하는 일심일체의 강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대의 임무를 국민과 영토의 방어보다 최고지도자와 당에 대한 충성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군은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는 국가기관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군이 당과 최고지도자의 명령을 집행하는 정치조직으로 규정된다. 군사위원회 회의에서도 전문적인 국방전략보다 정치사상적 단결과 충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됐다.
북한이 강조하는 ‘정신도덕적 우월성’ 역시 군 내부의 인권과 복지, 전문성을 의미하기보다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표현에 가깝다. 군 지휘관의 해임과 이동, 신규 임명 문제까지 김정은이 직접 처리하고 7건의 명령서에 친필 서명한 사실도 군 통수체계가 제도보다 개인 권력에 예속돼 있음을 보여준다.
탄광까지 군대에 맡겨.. 경제 실패를 병력 동원으로 해결
이번 회의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인민군에 전국 탄광지구 개조와 해군기지·조선소 건설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국가 발전을 위한 군의 “주도적·핵심적 역할”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민간경제의 실패를 군 병력과 강제노동에 의존해 메우려는 조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군대가 국방뿐 아니라 건설, 광업, 농업, 재해복구 등 경제 전반에 동원되는 것은 북한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북한은 대규모 건설사업이 있을 때마다 군인들을 ‘돌격대’로 투입하고, 이를 충성과 영예의 상징으로 포장해 왔다.
그러나 군 병력의 민간경제 투입은 효율적인 산업정책이나 기술혁신을 대체할 수 없다. 병사들을 탄광과 건설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안전사고 위험을 은폐한 채 국가가 사실상 무상 노동력을 사용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은 탄광지구를 “완전히 개변하는 역사적 대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상적인 광업 현대화라면 전문 인력 양성, 장비 투자, 안전규정 정비, 근로자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병력 이용 방안을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북한 경제가 민간 행정과 시장 원리가 아니라 군사적 명령체계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군·정보기관 강화.. 대외도발과 내부통제 동시 확대 우려
회의에서는 현대적인 해군기지 건설과 조선소 능력 확대, 정찰정보총국의 기능 강화도 결정됐다. 최근 북한이 구축함과 잠수함, 해상 미사일 전력 등 해군력 증강을 집중적으로 선전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찰정보총국은 대남·해외 공작과 사이버 공격, 정보 수집 활동의 핵심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 기관의 직능을 “다각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군사정찰뿐 아니라 사이버 침투와 해외 공작, 대남 정보전 능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의 정보기관 확대는 외부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내부 주민 통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 체제에서 군과 정보기관은 외부의 적을 감시하는 조직인 동시에 주민의 사상과 이동, 정보 접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김정은 정권이 주장하는 ‘평화’는 상호 신뢰와 대화를 통한 평화가 아니라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힘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체제 결속과 통치 정당성 확보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주민 희생 위에 세운 ‘세계 최강 군대’ 선전
북한은 이번 회의의 결정들이 공화국 무력을 “세계에서 제일 강한 무장력”으로 만드는 실천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지향한다는 선전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빈곤한 주민들의 현실이 놓여 있다.
국가의 진정한 힘은 핵탄두의 숫자나 군사 퍼레이드의 규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충분한 식량과 의료, 교육을 누리고 법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을 때 국가의 안전과 존엄도 지속될 수 있다.
북한은 군대를 국가 발전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군사 우선주의가 지속될수록 민간경제와 주민 생활은 더욱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핵무력 확대와 병력 총동원으로 체제의 위기를 덮으려는 방식은 국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불안정성을 누적시키는 길이다.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 민생 개선보다는 핵무장과 군사통제 강화의 길을 계속 걷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주민의 안전과 평안을 위한다면 가장 먼저 확대해야 할 것은 핵무력이 아니라 식량과 의료, 자유와 인권이며, 가장 먼저 현대화해야 할 것은 군사기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