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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최대 16시간 심문”.. 중국에 억류된 미국 학자 구금 실태

2026-08-26 16:13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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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무부 ‘불법 구금’ 공식 인정.. 민신 가족 “학술 교류 위해 갔을 뿐, 간첩 혐의 이해할 수 없어”

독자 제공
독자 제공

중국에서 국가안보 관련 혐의로 구금된 미얀마계 미국인 학자 민신(Min Zin)이 하루 최대 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심문을 받고 있으며 외부와 차단된 장소에 홀로 억류돼 있다는 가족의 증언이 나왔다.

최근 미국 국무부가 민신의 구금을 공식적으로 ‘불법 구금’으로 인정한 가운데, 그의 동생 아웅마우진(Aung Maw Zin)은 24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형의 최근 상황을 공개하고 미국 정부에 조속한 석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아웅마우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민신을 통상 하루 4~6시간씩 심문했으며, 일부 날에는 심문이 무려 16시간에 이르렀다. 민신이 정신적 안정을 위해 명상을 하려 하자 경비원들이 이를 방해하거나 명상 중에도 방 안에서 계속 대화를 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신은 지난 6월 3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출발해 중국 윈난성 쿤밍에 도착했다. 그는 착륙 직후 아내와 자신이 설립한 ‘미얀마 전략·정책연구소’ 동료들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가족은 24시간 동안 민신과 연락하지 못하자 주중 미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민신이 ‘간첩 활동에 가담하고 국가안보를 해친 혐의’로 구금돼 있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6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민신의 구금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그가 “중국 국가안보를 해치는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러한 혐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웅마우진은 “민신은 학자의 신분으로 중국에 갔으며 대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의 적으로 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신의 연구 역시 대부분 미얀마 정세와 민주화, 시민사회 문제에 집중돼 있으며 연구 결과도 공개 자료를 활용한 ‘오픈소스’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비밀 장소에 단독 구금.. 미 외교관 면담도 제한

미국 외교관들은 민신이 구금된 이후 약 두 달 동안 세 차례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최근 면담은 8월 12일 이뤄졌다.

아웅마우진은 미국 외교관으로부터 민신이 일반적인 구치시설이 아니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혼자 구금돼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8월 12일 면담 당시 중국 경찰은 민신을 쿤밍의 한 호텔로 데려와 미국 관리들과 만나게 했다. 그러나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면담 가운데 실제로 민신과 실질적인 대화를 나눈 시간은 약 15분에 그쳤다고 가족 측은 전했다.

아웅마우진은 민신의 건강에 일부 문제가 있지만 미국 관리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비교적 좋은 상태이며 매우 강인해 보인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민신에게 가해지는 제한이 많아지고 있고 면담에도 여러 제약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민신은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족들은 장기 구금 과정에서 그의 건강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 학계와 수년간 교류.. 입국 직후 돌연 체포

민신의 이번 구금이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정상적인 학술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민신은 2018년 중국 측 초청을 받아 쿤밍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10년 유효 비자를 발급받았다.

2025년 10월에는 중국외교학원과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 Indonesia)의 공동 초청을 받아 상하이에서 개최된 고위급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당시에도 아무 문제 없이 중국을 출국했다.

올해 6월 중국 방문 역시 윈난성 사회과학원 계열 연구기관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쿤밍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가족은 설명했다.

민신은 해당 중국 학자와 2018년부터 알고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가족들은 이번 방문 역시 통상적인 학술 교류의 연장선으로 판단해 별다른 우려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민신은 중국에 입국한 직후 연락이 두절됐고 국가안보 혐의로 구금됐다.

미 국무부, ‘불법 구금’ 공식 지정

미국 국무부는 8월 20일 민신의 중국 내 구금을 공식적으로 ‘불법 구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민신은 현재 중국에서 미국 정부가 ‘불법 구금’ 상태라고 판단한 두 번째 미국인 학자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인물은 미국 국적의 중국계 지진학자 천유린으로, 그는 2024년 11월부터 중국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무부 차관보 딜런 존슨(Dylan Johnson)은 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의 안전과 보장은 미국 국무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민신의 석방을 위해 계속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도 VOA에 보낸 답변에서 국무부와 백악관 관계자들이 중국 측 최고위급 인사들에게 민신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민신에 대한 사법 절차가 중국 국내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 측 관련 인사가 중국 국가안보를 해치는 활동에 관여한 혐의가 있으며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며 “중국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미얀마의 미래를 연구했다”

민신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정치학·정부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얀마로 돌아가 ‘미얀마 전략·정책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비정부·독립 싱크탱크로 미얀마의 민주화와 시민사회 강화, 공공정책 연구 등을 주요 활동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신과 가족은 태국 치앙마이로 거주지를 옮겼으며 연구소 본부도 치앙마이로 이전했다.

가족에 따르면 민신은 중국 문제 자체를 연구해 온 인물이 아니라 미얀마 정치와 민주화, 지역 안보 문제를 연구해 온 학자다.

그럼에도 민신이 중국 학계와 교류해온 것은 미얀마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웅마우진은 “민신은 중국이 미얀마의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이고 미얀마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이해하지 않고 중국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미얀마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국 학자들과의 교류 기회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국과의 대화를 추구했던 학자가 바로 그 중국에서 ‘간첩’과 ‘국가안보 위해’ 혐의로 체포된 셈이다.

국가안보 앞세운 중국의 구금 관행 다시 도마에

민신 사건은 중국이 광범위한 ‘국가안보’ 개념을 앞세워 외국인과 학자, 기업인 등을 조사하거나 구금하는 관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민신을 외부와 차단된 장소에 장기간 홀로 구금하고, 하루 수시간에서 최대 16시간에 달하는 심문을 진행했다는 가족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적법절차와 인권보장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그의 구금을 단순한 영사 사건이 아닌 ‘불법 구금’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민신 석방 문제는 향후 미중 외교 현안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가족들은 오는 9월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이전에 민신이 석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9월 9일은 민신의 생일이다. 아웅마우진은 형의 석방을 호소하며 “우리는 형이 하루빨리 자유를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학술적 대화를 위해 국경을 넘었던 한 학자가 국가안보 혐의로 장기간 구금된 사건은 이제 개인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오늘날 중국에서 학술 교류와 표현·연구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 국제적 인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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