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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제9차 노동당대회가 제시한 경제 목표 달성을 위해 광산과 탄광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상전’과 ‘증산투쟁’을 독려하고 나섰다.
경제난과 생산설비 노후화, 자재 부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당원과 노동자들의 충성심과 희생을 앞세워 생산량을 끌어올리려는 북한식 동원경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매체는 최근 ‘사상전의 포성을 더 높이, 더 우렁차게 울리자’는 제목의 보도에서 무산광산연합기업소와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등의 당원들이 올해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선봉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보도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보다 ‘정신력’에 맞춰져 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지시를 거듭 인용하며 당원들에게 “핵심적, 선봉적 역할”을 요구하고, 생산 현장에서는 ‘사회주의애국운동’, ‘증산경쟁운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노동 강도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탄광 노동자들은 “스스로 교대시간을 늘이면서” 작업하고 있으며, 또 다른 작업반에서는 “교대가 따로 없는 과감한 투쟁”을 벌여 매일 계획의 두 배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두몫, 세몫의 일감”을 맡아 수행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헌신’과 ‘애국’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노동권과 안전 기준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과도한 노동을 제도적으로 강요하는 모습에 가깝다.
광산과 탄광은 본래 붕괴·폭발·가스·분진 등 각종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작업장이다. 이런 현장에서 교대시간 연장과 연속작업, 생산량 경쟁까지 압박할 경우 노동자 안전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보도에는 작업시간, 휴식시간, 안전조치,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직 당에 대한 충성과 생산 실적만 강조될 뿐이다.
‘500만산 대발파’까지.. 숫자 경쟁으로 포장된 경제 선전
무산광산연합기업소에 대해서도 북한 매체는 지난해 ‘250만산 대발파’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여러 차례 ‘100만산·120만산 대발파’를 했으며 앞으로 ‘500만산 대발파’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발파가 실제 철광석 생산량 증가와 경제적 효율성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국제적 기준의 안전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북한의 경제보도에서 반복되는 특징이다. ‘몇 배 증산’, ‘계획 초과 수행’, ‘새 기준 창조’, ‘기적 창조’와 같은 표현은 넘쳐나지만 실제 주민생활 수준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통계와 자료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이번 보도에서도 일부 작업반이 연간계획을 이미 달성하고 연말까지 ‘2년분 계획’을 초과 달성하겠다고 결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생산량의 절대 수치나 과거 실적과의 비교, 비용과 생산성 등의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식 경제 선전은 숫자의 크기보다 ‘충성 경쟁’ 자체가 목적이 되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정책 실패를 노동자 ‘정신력’으로 메우나
특히 북한 매체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단어는 ‘정신력’이다. 생산시설 현대화, 전력 공급, 원자재 확보, 기술 혁신 등 정상적인 산업정책보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각성과 희생을 앞세워 생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다.
경제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과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당원들에게 선봉에 서라고 요구한다. 여기에 ‘애국’, ‘충성’, ‘혁명’이라는 정치적 언어가 덧붙는다.
이는 북한 경제가 오랫동안 반복해온 전형적인 동원 방식이다. 노동자에게 더 오래 일하게 하고, 더 많은 생산량을 요구하며, 그 성과를 당과 지도자의 은덕으로 돌리는 구조다. 반대로 생산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책임은 정책 실패가 아니라 현장 간부와 노동자의 ‘사상적 해이’나 ‘무책임성’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상전의 포성’이 아니라 필요한 것은 주민의 삶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도 “사상전의 포성을 더 높이 울리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는 구호와 충성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광산에는 안전한 설비와 현대적인 채굴기술이 필요하고, 탄광에는 안정적인 전력과 운송체계가 필요하다. 노동자에게는 적절한 임금과 휴식,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진정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노동자들에게 ‘두몫, 세몫’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왜 정상적인 노동시간으로는 계획을 달성할 수 없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울려대는 ‘사상전의 포성’이 아니다.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상적인 삶이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를 사상과 충성의 이름으로 몰아붙이는 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북한 스스로 답해야 할 문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