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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국방장관 후보자 |
항간에는 무능하거나 군인의 책무를 망각한 장성을 비꼬아 ‘똥별’이라고 부르는 거친 표현이 있다. 별은 계급장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라는 뜻이 그 비아냥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4성 장군 출신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주적’ 논쟁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강 후보자는 9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적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주적이라고 하는 순간 또 다른 주 아닌 적은 뭐지 하는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대상이라는 질문에는 동의했다.
여기서 먼저 사실관계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북한은 주적’이라는 문구가 직접 적혀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하며, 제5조는 국군에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최근의 국방백서가 사용하는 공식 표현도 ‘주적’이 아니라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군사적 위협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주적’이라는 표현은 1995년 국방백서에 등장했다가 2004년 이후 공식 백서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방 책임자를 검증하는 자리에서 논쟁의 본질은 단어 두 글자에만 있지 않다.
‘적’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여러 군사적 세력이나 상황을 포괄해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쪽이 묻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이 현실적으로 가장 우선하여 대비해야 할 군사적 위협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강 후보자 자신도 북한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대상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주적이라는 말을 쓰면 다른 적은 무엇이냐’는 언어적 반문이 아니라,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대한민국 안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국군이 어떤 우선순위로 대비해야 하는지를 국민과 장병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는 일이다.
국방백서 역시 그 대상을 모호하게 적어 놓지 않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동시에 국방목표는 외부의 모든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대적관의 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일이다.
누구를 ‘적’이라고 부르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누가 현재 대한민국을 직접적으로 군사 위협하고 있고, 그 위협에 어떤 우선순위로 대비할 것인가이다. 휴전선을 지키는 병사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하는 장병들에게 이 문제는 말장난이 될 수 없다.
별 하나에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다. 하물며 별 넷을 달았던 장군이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를 맡으려 한다면 자신의 대적관과 위협 인식을 누구보다 분명하고 일관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주적’이라는 두 글자를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시대와 정부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그러나 북한 정권과 북한군의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고 무엇을 최우선으로 대비할 것인가는 국방 책임자가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별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별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