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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의 비극.. ‘인사가 망사(人事亡事)’

2026-09-20 08:13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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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는 인사권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사퇴하는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진사퇴하는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든 지방자치단체든 국가든 결국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갈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인사는 지도자의 철학과 판단력, 그리고 그 조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의 인사 시스템을 바라보며 “무너졌다”는 탄식이 적지 않다.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과 책임감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적 인연, 진영의 논리가 앞서는 듯한 인사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인선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특히 정부 부처의 장관과 같은 자리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정책 철학, 행정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업무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그동안의 언행과 활동이 해당 부처의 존재 이유와 충돌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물이 천거된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철학으로 사람을 고르는가.

인사는 결국 인사권자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누구를 가까이하고 누구에게 권한을 맡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국민 앞에서 수없이 사과하고 쇄신을 외쳐도 실제 인사에서 과거의 습성과 편향된 판단이 반복된다면 말은 공허한 정치적 제스처로 끝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사심’이다. 공적 인사에 사욕이 개입하는 순간 국정은 방향을 잃는다. 내 사람을 챙기고, 정치적 빚을 갚고, 진영의 이해를 우선하는 인사는 결국 조직을 병들게 한다. 능력 있는 사람은 밀려나고 충성 경쟁만 남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에서 창의적인 정책도, 책임 있는 행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의 인사는 특정 세력의 전리품 배분이 아니다. 장관 한 사람, 기관장 한 사람의 잘못된 임명은 수많은 공직자의 사기를 꺾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번의 잘못된 인사가 수년 동안 국가 정책을 왜곡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인사권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다.

특히 최고 권력자의 인사는 더욱 무겁다.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사적 인연보다 전문성, 진영보다 국가, 충성보다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

사람의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랫동안 몸에 밴 인사 방식과 정치적 습관 역시 말 몇 마디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진정한 쇄신은 사과문이 아니라 인사 명단에서 확인돼야 한다.

국민은 인사권자의 말보다 누구를 쓰는지를 본다. 만약 국정의 중요한 자리를 채우는 인사에서조차 사심과 정치적 계산을 버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창한 개혁과 통합을 외쳐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인사가 만사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무너지면 만사(萬事)가 망사(亡事)가 된다.

국가의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원칙 없는 인사, 사심에 찌든 인사, 책임지지 않는 인사가 쌓일 때 시작된다.

참으로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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