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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69] 하느님과 풋볼 이야기

2026-09-22 07:3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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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슈미츠 Matthew Schmitz is editor of Compact and a former senior editor of First Things. 《Compact》 편집장


폴 파인바움은 ‘남부의 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남의 말을 많이 듣는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남동부 콘퍼런스, 곧 SEC의 대학 풋볼을 주제로 한 전화 참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그가 성공한 비결이다. 레전드(Legend), 스쿼럴(Squirrel), 터스컬루사의 짐(Jim from Tuscaloosa), 아이맨(I-Man) 같은 단골 청취자들은 서로 허풍을 떨고 욕설을 주고받으며, 다투었다가 다시 화해한다.

파인바움 프로그램의 가장 악명 높은 청취자 가운데 하나는 앨라배마 팬으로 ‘데이드빌의 앨’이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0년 방송에 전화를 걸어 라이벌인 오번대학교의 신성시되는 투머스 코너(Toomer’s Corner) 참나무에 자신이 독극물을 뿌렸다고 밝혔다. 그가 남긴 설명은 잊기 어렵다.

“내 안에 ‘바마(Bama)’가 너무 많았던 거지.”

대학 풋볼은, 풋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대단히 진지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대화는 자연스럽게 삶의 다른 중대한 문제들로 옮겨 간다. 청취자들은 자신이 받은 수술, 중독, 교도소 생활, 자녀 양육권 다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하느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기도를 청하고,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에 감사하며, 서로에게 하느님께 의탁하라고 격려한다.

이것이 바로 라디오와 ESPN 계열의 SEC 네트워크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는 《폴 파인바움 쇼》의 가장 독특한 면이다. 전통 미디어의 틀 안에 있으면서도, 이곳은 종파적이지도 당파적이지도 않은 공간이며, 종교를 긍정적이고 공동의 것이며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미국 언론인들이 얼마나 종교적인지 보여 주는 최근 자료는 없지만, 2007년 퓨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단위 언론사 기자 가운데 매주 종교 예식에 참석하는 비율은 8%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국민은 39%였다. 미국의 뉴스룸이 여전히 전체 미국 사회보다 훨씬 세속적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방송 편성에도 반영된다. 뉴스 미디어에서 종교가 다루어질 때에는 흔히 위협적이거나 기이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파인바움 쇼》에서는 그렇지 않다.

폴 파인바움은 미국인들이 실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듣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느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최근 방송에서, 허세 넘치는 전화 발언과 사촌을 살해한 죄로 15년간 복역한 전력으로 잘 알려진 레전드는 SEC 미디어 데이 행사장에서 갑작스럽게 쫓겨난 뒤 자신은 괜찮다며 청취자들을 안심시켰다.

“사실 저는 정말 주님께 많은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정말 저를 축복해 주셨어요. 개인 트레이너도 생겼고 몸무게도 10파운드나 줄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소동이 자신의 잘못이었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교만과 자아, 그런 것들은 정말 끔찍한 겁니다. 하느님께 저를 다루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방송에서 사용되는 종교적 어휘는 대체로 교회 제도나 전례 전통을 강조하지 않는 개신교, 이른바 ‘로우 처치(low-church)’ 계열의 표현이다. 미국 남부 주민 가운데 31%가 백인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이며, 여기에 흑인 개신교도가 9%를 차지한다. 이 두 집단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전화 참여자 가운데에는 가톨릭 신자도 많으며 일부는 노트르담대학교를 응원한다. 그리고 파인바움 자신은 유대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거의 아무런 차이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폭넓게 교회 일치적이며, 남부 특유의 억양이 밴 유대-그리스도교적 분위기이다. 한 번은 어떤 청취자가 십계명을 언급한 뒤, “물론 폴도 십계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흔한 경우는 청취자들이 마치 파인바움 역시 자신들과 같은 신앙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실제로 그렇다.

많은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파인바움 역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신하지만, 하느님을 어떻게 예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만큼 확신하지 못한다.

파인바움은 2025년 《디 애슬레틱(The Athletic)》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하느님을 믿으며 신앙의 힘도 매우 강하게 믿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그는 감리교 가정에서 성장한 아내 린다와 함께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문제를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파인바움의 존중은 그가 매년 이어 가는 한 가지 전통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앨라배마주 버밍햄 출신의 가톨릭 대주교이자 교황청 외교관인 조지프 마리노를 방송에 초대해 청취자들의 질문에 답하도록 한다. 지난해 마리노 대주교의 출연도 전형적이었다.

애틀랜타의 팀은 자신에게 단 한 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은 고인이 된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대주교에게 물었다.

텍사스의 미치는 대주교에게 자신이 “앨라배마 팬이 된 것과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이 거의 같은 해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조는 자신의 중독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가톨릭교회로 돌아오기를 정말 바란다”고 말했다.

터스컬루사의 트레는 자신이 어떻게 바로 그렇게 교회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대주교에게 물었고, 대학 풋볼 플레이오프에서 앨라배마가 인디애나를 이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
(앨라배마는 38대 3으로 대패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파인바움 자신이 청취자들에게 답한다. 그는 때때로 퉁명스럽거나 빈정대는 태도로 응답하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 역할이 거의 성직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어느 오후, 뉴저지의 부커가 전화를 걸어 목이 골절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SEC 방송에서 “벅아이즈 파이팅(Go Buckeyes)”이라고 말한 것을 사과했다.

파인바움은 마치 사제라도 된 듯 이렇게 응답했다. “그 죄는 사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가톨릭 통합주의’와 ‘개신교적 그리스도교 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공적 영역에서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증진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적 그리스도교가 다시 살아난다면, 실제 모습은 아마도 이러한 이론들보다 《파인바움 쇼》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다. 조금은 뒤섞인 교회 일치주의적 모습이며, 개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때로는 가톨릭 쪽으로 기울고, 유대교에도 우호적인 형태일 것이다. (파인바움이 앨라배마주에서 공석이 된 연방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검토했을 당시, 한 정치 컨설턴트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인바움은 이에 강하게 반대했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공적 신앙이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나온다는 점도 중요하다.

파인바움은 어떤 종교 철학을 설파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청중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종교적 감정이 표현될 수 있도록 공간과 목소리를 제공할 뿐이다.

그의 이러한 접근에는 오랜 전통이 있다. 그리고 그 뿌리는 미국 남부에 깊이 내려져 있다. 파인바움이 성장한 테네시주가 주 정부를 구성할 당시, 대의원들은 공직자에게 신앙 고백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주 헌법 제정 회의에 참석했던 앤드루 잭슨은 그러한 의무화에 앞장서 반대한 인물이었다.

그의 입장은 잭슨 특유의 포퓰리즘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후 잭슨주의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신문의 표어가 된 말이 바로 “세상은 지나치게 많이 통치되고 있다”였다.

동시에 그의 태도는 미국 변경 지역에 실제로 존재하던 종교적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실용주의의 표현이기도 했다. 파인바움 역시 그러한 포퓰리즘 정신을 공유한다. 그의 프로그램은 평범한 팬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 팬들은 풋볼계의 권력자들과 거물들을 자주 거침없이 비판한다.

그의 프로그램은 신앙에 대한 논의를 자주 회피하는 오늘날의 미디어에도 하나의 교훈을 준다. 종교가 반드시 사람들을 분열시킬 필요는 없다. 종교적 차이가 매우 큰 사람들 사이에서도 종교는 오히려 서로를 연결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여론을 형성하고 동시에 반영하려는 모든 미디어 조직은 종교적 신앙이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들 역시 파인바움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 빅토르 오르반이 헝가리 총리로 재임하고 있던 시절, 미국 우파의 일부 인사들은 매년 성 이슈트반 축일(St. Stephen’s Day)에 열리는 드론 쇼를 환호했다. 이 행사에서는 헝가리의 천년 그리스도교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드론들이 하늘에서 십자가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모습은 헝가리에는 잘 어울린다. 그러나 미국에서 종교적 표현은 대체로 그보다 훨씬 덜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가 곳곳에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표지판들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종교적 호소와 상업적 광고가 한데 섞여 있기도 하다. 사진작가 샘 펜트리스의 책 《바이블 로드(Bible Road)》에는 그러한 인상적인 사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폴 파인바움 쇼》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곳에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내년에는 제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조금이라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희망과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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