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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 자료사진 |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기관이다. 북한의 위협을 읽고, 동맹과 정보를 나누며,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운명을 지켜야 한다. 이들 기관의 수장에게 대미 소통은 의례적인 외교 일정이 아니라 직무의 핵심이다.
그런데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7월 30일 부임한 이후 두 달 넘게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정식 상견례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주요 부처 장관들과는 만남이 이뤄졌는데, 정작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과는 일정 협의도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13일에도 미국 측의 요청이 없었다며 “급하게 서두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안이한 인식부터 개탄스럽다.
동맹과의 소통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면 먼저 원인을 확인하고 접촉을 추진해야 한다. 누가 먼저 예방을 요청하는지가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가. 상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장관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공직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국민이 맡긴 자리는 개인의 체면을 보전하라고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우려도 가볍지 않다. 이종석 원장과 미국대사의 면담 여부는 공개적으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만남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정원 역시 미국과 안보 전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잇따르는 한미 정보협력 논란 속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안심하라는 말만이 아니다. 정부는 협력에 문제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 소식까지 들려오니 국민은 한숨부터 나온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가족과 태릉 골프장을 찾았으며, 현장에서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를 보고받고 구조와 수습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안보·외교 책임자들의 소통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국정의 긴장을 다잡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있는가. 동맹과의 신뢰를 점검하고 안보 책임자들의 업무를 추궁하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은 대통령의 여가보다 대통령의 책임을 먼저 묻는다.
즉각적인 인사조치를 취하라. 통일부 장관의 소통 지연과 소극적인 대응부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대미 협력의 실태와 업무 수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직무 수행에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지체 없이 교체해야 한다. 안보 수장의 유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국민을 지킬 능력이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필요한 소통을 미루고 경고음을 외면하는 동안 손해를 떠안는 것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다. 이를 몰라서 방치하는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가. 어느 쪽이든 국가를 책임지는 자세라고 할 수 없다.
그 귀한 자리는 권력을 누리라고 국민이 내준 자리가 아니다. 나라가 위험해지기 전에 움직이고, 무능한 인사에게 책임을 물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고 맡긴 자리다.
대통령은 골프채를 내려놓고 인사권자로서 답하라. 안보를 지킬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자리를 지켜줄 이유는 없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