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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북한을 “세계적으로 교육이 제일 발전된 나라”로 만들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교육정책을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그러나 교육제도 개편과 지도자의 의지를 나열하는 데 비해, 학생들의 실제 학습 성과와 교육 여건을 검증할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강조하면서도 교육을 정권과 조직의 계승에 연결하는 모순도 드러냈다.
조선신보는 10월 22일 게재한 해설에서 북한이 12년제 의무교육과 대학 완전학점제, 고급중학교 선택과목제 등을 추진해 왔다고 소개했다. 국가교육정보체계 구축과 도시·농촌 간 교육격차 해소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했다는 설명만으로 교육의 질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글에는 지역별 학업성취도, 교원 확보 수준, 교육시설과 기자재 보급률, 가계의 교육비 부담 등 성과를 판단할 구체적인 지표가 없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는 사업을 추진했다는 주장 역시 격차가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세계 최고’를 목표로 내세울 수는 있다. 그러나 목표와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검증 가능한 자료 없이 지도자의 발언과 정책 명칭을 반복하는 보도는 교육 현장의 실상을 설명하기보다 정권의 성취를 선전하는 데 머물기 쉽다.
창의성 강조하면서 사상과 정보는 통제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당국이 말하는 ‘창조형 인재’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창의적 교육에는 기존 설명을 의심하고, 서로 다른 자료를 비교하며, 권위자의 주장에도 근거를 요구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 과학기술 지식을 가르치면서 정치와 역사에 대해서는 정해진 결론만 받아들이게 한다면, 자율적 탐구에는 뚜렷한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025년 9월 발표한 북한 인권 보고서 관련 설명에서 지난 10년간 주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고, 정보 접근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은 조선신보가 제시한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상과 충돌한다.
조선신보는 인류가 이룩한 지성과 문명을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학생과 교원이 외부 지식에 폭넓게 접근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할 수 있는 조건부터 설명해야 한다. 국가가 허용한 정보의 범위 안에서만 세계를 바라보게 하면서 세계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약하다.
학생의 미래보다 조직의 계승이 앞서는가
총련의 민족교육을 다룬 대목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목적이 더욱 선명해진다. 글은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결실을 ‘애국운동의 후비’ 양성과 총련의 대를 잇는 문제에 연결했다.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일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가치관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교육과, 특정 조직의 계승자를 길러내는 교육은 목적이 다르다. 민족교육의 정당성이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이나 총련의 조직 유지까지 자동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성과는 학생이 얼마나 충실한 조직 구성원이 됐는지로 평가할 수 없다. 얼마나 폭넓게 배우고 독립적으로 판단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할 능력을 갖췄는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
‘50년 구상’의 출발점은 오늘의 교실
북한 교육당국이 장기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한다면 먼저 현재의 교육 여건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역과 가정 형편에 따라 학습 기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교사들은 어떤 조건에서 가르치는지, 제도 개편이 학생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교원들의 노력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 잠재력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을 지도자의 업적과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취급하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세계적 교육 수준은 선언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북한이 교육의 미래를 말하려면, 학생이 오늘의 권위에 질문할 수 있는 자유부터 보장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