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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 인민해방군 수뇌부가 연쇄적으로 무너진 뒤,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시 군 고위 간부들을 불러 세워 “법기를 알고, 규칙을 분명히 하며,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군 기강 확립과 반부패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군에 대한 사상 통제와 충성 경쟁을 한층 더 밀어붙이는 정치적 경고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국무원 영문망은 4월 8일 시진핑이 군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적 정화와 규율 강화를 촉구하며 “법규 앞에 모두가 평등하고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발언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진핑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마저 조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로이터와 AP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장유샤와 류전리(劉振立) 합참격인 연합참모부 수장을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유샤는 시진핑 다음가는 군 서열 인물로 여겨졌고, 실전 경험을 가진 몇 안 되는 최고위 장성으로 평가돼 왔다.
그런 인물까지 낙마했다는 사실은, 이제 중국군 내부에서 살아남는 기준이 군사 전문성보다 정치적 안전성과 절대 충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주목할 대목은 혐의의 성격이다. 중국 당국은 늘 그렇듯 “부패”와 “기율 위반”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내세웠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숙청이 단순한 금전 비리 차원을 넘어 군 통수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 가능성, 혹은 충성심 의심과 깊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장유샤와 류전리 조사로 중앙군사위원회가 사실상 시진핑과 장성민(張升民)만 남는 초유의 상태에 들어갔다고 전했고,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시진핑의 군 장악을 더욱 불투명하면서도 더욱 절대적인 방향으로 몰고 갔다고 평가했다. 즉 “반부패”는 명분일 뿐, 실질은 군 내부 권력지형을 다시 그리는 숙청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시진핑은 이번 연수반에서 군 간부들에게 단순한 직무 능력 향상이 아니라 정치적 자기정화를 요구했다. 공식 보도에 따르면 그는 “사상 정풍”과 “정치 정훈”의 심화를 주문했고, 군 고위 간부들이 먼저 당내 정치생활을 엄숙히 하고, 당과 군의 전통을 회복하며, 사익과 부패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조직 쇄신처럼 포장됐지만, 군의 논리를 전투력과 전략에서 다시 충성·복종·사상 일치로 되돌리는 신호로 읽힌다. 군대를 잘 지휘하고 전쟁을 이해하는 장성이라도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의중에서 벗어나는 순간 제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제도화되는 셈이다.
이 점에서 이번 사태는 중국군의 구조적 불안을 드러낸다. AP는 최근 숙청으로 중앙군사위원회 구성원이 사실상 거의 전면 교체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고, 로이터는 2023년 이후 로켓군과 무기조달 부문, 국방산업까지 숙청이 번지며 중국군 현대화 과정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도자가 부하들에게 “경외심”을 요구하는 군대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의심을 더 두려워하는 군대다. 이런 체제에서 장군들은 전장보다 권력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되고, 전략보다 충성 맹세가 먼저 평가된다. 그런 군대가 과연 강군인지, 아니면 지도자 한 사람의 불안을 떠받치는 정치 군대인지 되묻게 된다.
결국 시진핑의 4월 8일 발언은 단순한 훈시가 아니다. 그것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이며, 동시에 “군의 생존 조건은 오직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 복종”이라는 선언에 가깝다.
반부패를 외칠수록 군 상층부가 계속 무너지고, 규율을 강조할수록 충성 서약의 강도만 높아진다면, 문제는 일부 장성의 비리가 아니라 체제 자체의 불신 구조에 있다.
중국군이 지금 맞이한 것은 강군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전쟁 능력보다 충성 경쟁이 우선되는 정치군화의 심화일지 모른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