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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거리의 마지막 관을 든 남자

2026-04-09 22:04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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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사요 별세…국가보안법 시대가 지운 저항의 상징

독자 제공
독자 제공

홍콩의 대표적 반공·민주화 운동가 구사요(古思堯)가 4월 8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 홍콩 명애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으며, 장례 절차는 추후 별도 위원회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구사요의 죽음은 단순한 한 운동가의 부고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홍콩 사회에 남아 있던 마지막 거리 저항의 한 상징이 사라졌다는 뜻에 가깝다.

그는 긴 수염과 손수 만든 관을 앞세운 시위로 널리 알려졌고, 중국 공산당 일당체제와 홍콩 당국의 통제 강화를 정면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었다. 특히 7월 1일 반환 기념일 집회, 6·4 톈안먼 추모 시기, 그리고 각종 정치적 민감일마다 거리로 나와 행동으로 항의해 온 몇 안 되는 원로 활동가였다.

그의 삶은 홍콩 현대사의 뒤틀린 궤적과도 맞물린다. 중국 광둥성 중산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한때 공산주의를 신봉했으나, 1989년 톈안먼 유혈진압을 계기로 정치적 전환을 겪었다.

이후 그는 베이징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공개 비판자로 돌아섰고, 홍콩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30년 넘게 몸을 던졌다. 그의 부친이 과거 “우파”로 몰려 총격으로 숨졌다는 개인사 역시 그가 체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구사요를 가장 상징적으로 만든 것은 ‘관 시위’였다. 그는 관을 들고 행진하며 홍콩의 자유, 선거, 법치가 죽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이 과격하고도 직관적인 저항 방식 때문에 그는 홍콩의 ‘거리 정치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로 기억됐다.

동시에 당국에는 반복적으로 처벌해야 할 “상습 시위자”로 낙인찍혔다. 실제로 그는 2000년 이후 12차례 투옥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의 말년은 홍콩의 자유 축소와 정확히 겹친다. 2020년 그는 자신이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고 공개했지만, 투병 중에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취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에도 그는 항의 행동을 준비했으나 2022년과 2023년에는 시위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가안전 관련 경찰에 저지되거나 체포됐다. 2024년에는 구의회 선거를 둘러싼 항의 계획과 관련해 ‘선동 의도 행위의 준비·기도’ 혐의로 9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 대목이야말로 오늘의 홍콩을 압축한다. 한때 국제금융도시이자 아시아의 자유도시로 불리던 홍콩에서, 말기 암 환자인 80세 노인이 관 하나 들고 항의하려 했다는 이유로감옥에 보내지는 현실은, 국가보안법 체제 이후 홍콩이 어떤 곳으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이를 질서 유지와 안보 수호라고 부르지만, 많은 시민들이 목격한 것은 반대 의견 자체를 범죄화하는 정치 구조의 고착이었다.

구사요의 별세는 그래서 더 무겁다. 그는 거대한 조직의 지도자도, 제도권 정치인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상징적이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개인 한 사람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버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관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그의 모습은 홍콩의 쇠락을 증언하는 동시에,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자유의 기억을 붙드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구사요라는 한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가 관 속에 담아 세상에 보여주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단지 공산당 비판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체제 아래서 자유가 어떻게 천천히 매장되는가에 대한 경고였을 것이다.

홍콩은 이제 그 경고를 애도할 것인지, 아니면 함께 묻어버릴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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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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