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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이 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대표해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대한민국 국회가 다시 한 번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헌법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불성립’으로 처리됐고, 이를 다시 표결에 부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 표결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표결 보이콧을 선언하면셔 재적의원 3분의 2 요건을 채우지 못해 성립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치의 본질에서 보자면 이는 단순한 ‘불성립’이 아니다. 표결에 불참하는 행위는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다. 특히 헌법개정안처럼 중대한 안건에서 불참은 사실상 반대이며, 거부이며, 부결을 유도하는 행위다.
그런데도 이를 ‘투표불성립’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마치 결론이 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재표결로 끌고 가려 한다면 그것은 절차의 이름을 빌린 정치적 궤변이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지, 결과를 입맛대로 가공하는 공장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투표지가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가고, ‘부결’이라는 결과 위에 ‘투표불성립’이라는 도장이 내려찍히는 기괴한 장면과 다르지 않다.
마치 불량품을 양산하는 공장에서 요상한 공정이 판을 치고 있는 격이다.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명칭을 바꾸고, 절차가 불리하면 해석을 비틀고, 정치적 패배는 행정적 미완성으로 둔갑시킨다. 이것이 과연 국민이 위임한 입법권의 사용인가.
헌법개정안은 일반 법안과 다르다. 국가 공동체의 기본 질서를 바꾸는 문제다. 그만큼 더 높은 합의와 더 엄중한 절차가 요구된다. 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헌법을 함부로 고치지 말라는 민주공화국의 안전장치다.
그런데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면, 정치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그것을 ‘아직 진 것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순간, 헌법 절차는 설계도가 아니라 고무줄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대하는 태도다. 국회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은 “왜 다시 표결하느냐”가 아니라 “왜 첫 표결의 정치적 의미를 인정하지 않느냐”이다. 불참한 의원들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별개의 논쟁이다.
불참 자체가 하나의 의사표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의사표현으로 인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적 현실을 법률 용어 뒤에 숨기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더구나 헌법 개정처럼 국가의 근본을 다루는 문제를 반복 표결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한 번 안 되면 다시, 또 안 되면 다시,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생산라인식 정치다.
국회가 헌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가공품처럼 찍어내려는 꼴이다. 그런 국회라면 국민은 묻게 된다. “이곳이 국회인가, 공장인가.”
국회는 멈춰야 한다. 표결 불참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론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 다시 설명해야 한다. 왜 이 개헌이 필요한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왜 충분한 합의 없이 밀어붙여야 하는지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상품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 헌법은 컨베이어벨트 위의 제품이 아니다. 국민의 뜻은 도장 하나로 덮어버릴 수 있는 종잇장이 아니다. ‘부결’을 ‘불성립’으로 바꾸는 요상한 공정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은 절차의 마술사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는 국회를 원한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