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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개헌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다시 쓰는 일이다. 헌법은 특정 정파의 전리품도 아니고, 선거판의 부속물도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권력 구조와 국가 운영의 원칙을 담는 최상위 규범이다. 그런 중차대한 개헌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고, 사회적 숙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은근슬쩍 발의하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했다.
이번 개헌 발의 무산은 단순한 정치 일정의 좌절이 아니다. 잘못된 개헌 발상이 국민적 심판대 앞에서 좌초된 사건이다. 개헌이라는 이름을 앞세웠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과 의도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나라의 기틀을 바꾸는 문제를 마치 선거 국면의 정치 카드처럼 다루려 한 것은 헌정 질서에 대한 가벼운 인식이자 국민을 무시한 태도다.
더 심각한 것은 선거라는 공간을 이용해 정치적 본심을 드러내려 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거대한 정치 구호 뒤에 실제 의도를 숨긴 채 헌법 개정이라는 중대 사안을 밀어붙이려 했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선거는 국민의 뜻을 묻는 장이지, 정파적 속셈을 포장해 관철하는 무대가 아니다.
개헌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분명하다.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공개적으로 토론하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 정직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 없는 개헌, 내용이 불분명한 개헌, 선거판에 끼워 넣는 개헌은 개혁이 아니라 위험한 정치 공작에 가깝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산 이후다. 잘못된 발상이 좌초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대한민국을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헌법의 정신, 자유민주주의의 원칙, 국민주권의 의미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권력의 편의를 위해 헌법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는 바로 이 문제를 심판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누가 국민 몰래 헌정 질서를 흔들려 했는지, 누가 권력의 욕망을 개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는지, 누가 대한민국의 기초를 지키려 했는지를 국민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투표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헌법을 지키는 행위이고, 나라의 방향을 바로잡는 국민적 결단이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개헌 발상은 좌초되었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기회가 다시 열렸다. 이제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선거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무리한 개헌의 잔해 위에 올바른 원칙을 세우고, 흔들린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시 다지는 일은 바로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개헌 발의 무산은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새로운 시작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