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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지방선거의 주인은 지역 주민이다. 그 지역에 살고, 세금을 내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지역 행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것이 지방선거의 본질이다.
대통령선거처럼 전국 단위의 정치적 선택을 묻는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는 지역 공동체의 삶과 행정, 예산과 교육, 도시계획과 복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거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조직화된 세력이 특정 격전지로 주소만 옮긴 뒤, 실제 생활권은 그대로 둔 채 관외 사전투표를 통해 표를 행사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형식적으로는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는 유권자의 투표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민심을 외부의 조직표가 대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사전투표함의 보관이나 투표지 이송 문제보다 더 앞선 단계에 있다. 바로 선거인명부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의 문제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을,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 현재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등에게 인정하고 있다. 즉 지방선거의 선거권은 단순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일반적 지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등록과 연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도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선거권 요건을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 현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등으로 설명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빈틈이 생긴다. 주민등록은 행정상 주소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역의 표심에 영향을 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주소를 옮긴다면, 그 주민등록은 실제 생활 공동체의 소속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전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표차가 근소한 격전지에서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전략적 전입만으로도 선거 결과가 흔들릴 수 있다. 지방선거는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시·도, 자치구·시·군,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을 단위로 치러진다. 그만큼 지역별 표차가 작고, 조직표의 영향력이 크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주소이전 전략이 관외 사전투표와 결합할 때 더욱 은밀해진다는 점이다. 사전투표는 유권자가 주민등록지와 관계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관내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바로 투표함에 넣지만,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투표하는 관외 선거인은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함께 받아 기표 후 봉투에 넣어 봉함하는 방식으로 투표한다.
이 구조에서는 특정 격전지로 주소를 옮겨 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실제로는 그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사전투표 기간 중 자신이 생활하는 다른 지역의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소는 격전지에 두고 생활은 다른 곳에서 하면서도 해당 격전지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투표소에 나와 본인 확인을 했느냐”만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그 사람이 실제로 해당 지역의 생활 공동체에 속해 있었는가. 주소이전이 생활상 필요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치적 주소이전인가.
지방선거에서 지역 주민의 의사는 단순한 숫자의 합이 아니다. 그것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경험, 행정 수요, 지역 현안에 대한 판단의 총합이다. 그런데 외부 조직이 주소이전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특정 지역의 선거인명부에 개입하고, 관외 사전투표라는 편의 장치를 통해 실제 거주지 밖에서 표를 행사한다면 지방자치의 본질은 훼손된다.
물론 모든 전입이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이사, 취업, 학업, 가족 사정 등 정당한 생활상의 이유로 주소를 옮기는 것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 문제는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위한 조직적·전략적 주소이전이다. 선거제도는 정상적인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해야지, 조직적 동원의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관외 사전투표 논란은 단순히 “봉투가 안전하게 배송되었는가”의 문제로만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 전후의 급격한 전입 증가, 격전지의 비정상적 주소 이동, 특정 단체나 조직과 연계된 집단 전입 의혹, 실제 거주 여부와 주민등록의 괴리 등도 함께 점검되어야 한다.
지역의 대표는 지역 주민이 뽑아야 한다. 주소만 옮긴 표가 지역 민심을 대표할 수는 없다. 지방선거의 신뢰를 지키려면 투표함만 지킬 것이 아니라, 선거인명부가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감시해야 한다. 사전투표의 편의성 뒤에 숨어 있는 주소이전 정치의 가능성을 외면한다면, 격전지 민심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선거는 편리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직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더더욱 그렇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표라면, 그 표는 실제 지역 공동체의 삶과 책임 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이며, 선거 신뢰의 출발점이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는 사전투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해부하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