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의제는 단순히 관세나 기업 진출, 무역 수지 문제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경제와 안보가 회담의 전면에 놓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 밑바닥에는 자유세계의 운명을 가르는 두 개의 상징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대만이고, 다른 하나는 지미 라이였다.
대만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전선이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끊임없이 압박해 왔고,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고립, 심리전과 경제 압박을 통해 대만의 선택권을 흔들어 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 이후 대만 문제는 일단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현상유지의 방향으로 관리되는 분위기다.
대만 측도 회담 결과에 대해 “놀랄 만한 일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중국의 군사적 압박 중단을 촉구했다. 이는 곧 대만해협의 긴장을 당장 폭발시키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억제선이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현상유지는 결코 평온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상유지는 자유 대만이 하루 더 버틴다는 뜻이며,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팽창주의가 아직 완전히 제어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을 경우 “충돌”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대만 문제가 단순한 양안 문제가 아니라, 자유세계 전체의 안보 질서와 직결되어 있음을 다시 확인시킨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홍콩의 민주 언론인 지미 라이다. 지미 라이는 한 개인의 이름을 넘어 홍콩 자유의 마지막 증언자다. 그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었고, 그의 신문은 폐간되었으며, 홍콩의 자유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 아래 질식당했다.
A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지미 라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시진핑은 그의 사안을 “진지하게 고민중”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한 석방 합의가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가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만약 지미 라이의 석방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도주의적 조치가 아니다. 그것은 홍콩 시민들에게 “세계는 아직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억압 아래 침묵을 강요당한 홍콩인들에게 지미 라이의 석방은 하나의 숨통, 하나의 기억 회복이 될 수 있다. 홍콩의 자유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감금되어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그 메시지는 대만에도 직접 닿는다. 대만 국민은 홍콩을 보며 중국 공산당의 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일국양제”는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자유를 해체하는 통로였음이 드러났다.
지미 라이의 석방은 대만에 대해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폭압이 국제적 압박 앞에서 언제나 무소불위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자유를 지키는 싸움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기억, 언론, 신앙, 양심, 국제 연대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한반도에도 이 장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 주민은 홍콩 시민보다 더 깊은 침묵 속에 갇혀 있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는 지미 라이 문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문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지미 라이라는 이름이 거론될 수 있었다면, 곧 있을 한일회담에서도 북한 주민의 자유,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 억류자의 석방 문제가 정상외교의 중심 의제로 올라와야 할 것이다.
자유세계는 그동안 너무 자주 경제를 이유로 침묵했고, 안정을 이유로 인권을 뒤로 미뤘다. 그러나 지미 라이의 이름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자유를 팔아 평화를 살 수 있는가. 침묵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는가. 독재의 감옥 앞에서 인권을 부차적 의제로 밀어놓는 외교가 과연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이번 회담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만은 현상유지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고, 지미 라이는 석방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계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나는 자유 진영의 방파제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의 양심이다. 이 둘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이 무너지면 대만이 흔들리고, 대만이 흔들리면 한반도의 자유 질서도 흔들린다. 반대로 홍콩의 양심수가 풀려나고, 대만의 현상유지가 지켜지며,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외교의 중심에 놓인다면 동아시아의 자유 질서는 다시 숨을 쉴 수 있다.
자유는 기억하는 자, 말하는 자,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는 자들에 의해 지켜진다. 대만과 지미 라이. 이번 미중정상회담이 남긴 이 두 이름은 동아시아 자유의 현재이자 미래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