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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오늘은 투표일이다. 수많은 후보들이 거리에서, 방송에서, 현수막과 유세차를 통해 국민에게 표를 호소해 왔다. 저마다 지역을 바꾸겠다,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 민생을 살리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정작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요청한다는 일이 얼마나 무겁고 두려운 책임을 동반하는지 깊이 인식하는 후보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선거는 단순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 선출직은 명예직도 아니고 특권의 자리도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삶을 대신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자리다. 주민의 안전, 지역의 미래, 세금의 쓰임, 행정의 공정성, 공동체의 질서가 그들의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선출직에 출마한다는 것은 곧 무한 책임의 자리 앞에 서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부탁이 아니다. 그것은 “저를 믿어 주십시오”라는 요청이며, 동시에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이다. 한 표에는 국민의 기대와 분노, 희망과 불안,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그 표를 받아 권한을 위임받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자신의 말과 행동, 정책과 판단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 현실은 이 본질을 자주 잊고 있다. 선거 때만 낮은 자세를 보이고, 당선 뒤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이 반복된다. 유권자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동원의 대상으로 여기고, 공약을 책임 있는 계약이 아니라 선거용 구호쯤으로 취급하는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표를 얻기 전에는 국민을 찾고, 표를 얻은 뒤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불편해하는 태도야말로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오만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국민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지 국민 위에 선 사람이 아니다. 권한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직위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그러므로 당선의 기쁨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책임의 무게다. 환호보다 먼저 들어야 할 것은 국민의 요구이며, 승리보다 먼저 새겨야 할 것은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다.
오늘 투표소로 향하는 국민은 단순히 후보의 이름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누가 진정으로 책임을 감당할 사람인지, 누가 표의 무게를 알고 있는지, 누가 권한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표를 구한다는 것은 권력을 달라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위해 봉사하고 책임질 기회를 달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선출되는 모든 사람은 오늘의 한 표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국민이 준 표는 특권의 면허장이 아니라 책임의 명령서다. 그 명령을 잊는 순간,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 국민은 판단한다. 그리고 선출된 사람은 그 판단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선거의 본질이며, 민주주의의 가장 엄중한 약속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