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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이른바 ‘지방발전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며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하는 피복제품의 종류가 약 12배, 일용품은 6배 이상 늘어났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민생활의 실질적인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생산량과 가격, 공급 규모, 주민 구매력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아 전형적인 ‘성과 숫자 선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신보는 5일 지난해까지 북한 전역 40개 시·군에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이 활성화되면서 식료품 종류는 평균 2배 이상, 피복제품은 약 12배, 일용품은 6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황해남도 재령군식료공장은 준공 당시 60여 종이던 제품이 130여 종으로 증가했고, 평안남도 신양군식료공장은 20여 종에서 120여 종으로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숙천군옷공장 역시 100여 종의 피복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북한 매체가 주민생활 향상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 거의 전적으로 ‘제품의 가지 수’라는 데 있다.
제품 종류가 20종에서 120종으로 늘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제품이 얼마나 생산되고 있는지, 주민들에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실제 생활 개선 정도를 평가하기 어렵다. 하루 몇 개를 생산하는 신제품이라도 품목 숫자에는 똑같이 ‘1개 품목’으로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12배’, ‘6배’라는 수치도 출발점이 매우 낮았다면 숫자 자체가 실제 생산능력 향상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 5종을 생산하던 공장이 60종을 만든다면 12배가 되지만, 그것이 곧 충분한 생산량과 안정적인 공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민들이 해당 제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생활필수품 정책의 성패는 전시회에서 상을 몇 개 받았는지, 신제품이 몇 종류 개발됐는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도에는 공장별 총생산량이나 가동률, 평균 판매가격, 주민 소득 대비 가격 수준, 시장과 상점을 통한 실제 공급량 등에 대한 자료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원료와 설비의 안정적인 확보 문제 역시 빠져 있다. 지방공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원자재와 전력, 부품, 운송망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하지만 북한 매체는 신제품 개발과 각종 전시회 수상 실적만을 집중적으로 나열했다.
김정은 정권은 최근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체제의 대표적인 민생 성과로 내세우며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을 새로 짓고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과 주민들의 실제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몇 배 늘었다’는 선전용 숫자가 아니라 주민의 식탁과 옷장, 생활현장에서 변화가 확인되는가 하는 것이다.
피복제품 종류가 12배 늘었더라도 주민이 살 돈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용품 종류가 6배 늘었더라도 필요한 시기에 상점에서 구할 수 없다면 그것 역시 생활향상이라 부르기 어렵다.
북한 당국이 진정 지방 주민들의 삶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려면 제품의 ‘가지 수’가 아니라 생산량과 가격, 공급률, 주민 구매력 등 객관적인 지표부터 공개해야 한다. ‘120가지 생산’이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 주민들이 실제로 누리는 생활의 변화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검증돼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