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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2019년 수백만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섰던 ‘반송중(反送中) 운동’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기념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어선다. 홍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시민들의 기록을 해외에서 보존하고, 중국공산당의 홍콩 통치 이후 벌어진 정치적 탄압과 법치 훼손을 알리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홍콩 반송중 기념관’ 제1기 이사회는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더스트리시에서 준비회의를 열고, 로스앤젤레스 중국계 주민 밀집지역에 기념관을 설립해 오는 10월 개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념관 부지는 우선 몬트레이파크시로 잠정 결정됐다. 주최 측은 과거 다른 지역에서 소규모 기념 공간을 운영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방문객이 많지 않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으로 이전해 홍콩 문제와 중국공산당 통치의 실상을 보다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주최 측은 이미 반송중 운동 당시 사용됐던 깃발과 티셔츠, 포스터, 서적, 신문, 화보집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당시 홍콩 거리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과 시위의 흐름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전시 패널도 제작 중이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2019년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해 시작된 대규모 시위가 어떻게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수호 운동으로 확산됐는지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홍콩의 근현대사와 사법 독립, 언론 자유가 형성돼 온 과정 역시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7월 별세한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 창업자 린룽지도 생전에 기념관 설립 취지를 전해 듣고 홍콩 역사와 민주화 인사들의 회고록 등 수십 권의 책과 도록을 네 차례에 걸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 크리스 패튼이 쓴 『홍콩일기』도 기증 도서에 포함됐다.
기념관 관계자들은 지미 라이, 저우싱퉁, 리줘런, 조슈아 웡 등 홍콩 민주 인사들이 잇따라 체포·기소되거나 중형을 선고받은 현실을 거론하며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법치와 정치적 자유를 사실상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왕저 이사장은 중국공산당이 홍콩에 적용해 온 이른바 ‘일국양제’에 대해 “홍콩인뿐 아니라 해외 화교와 서방국가까지 속인 제도였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사 저우춘웨이는 중국공산당 체제 내부 인사를 통해 들었다는 증언도 공개했다. 그는 2019년 반송중 시위 당시 중국 당국이 본토 각 지역 공안 조직에서 인력을 선발해 홍콩에 파견하고, 시위 참가자와 민주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관련 당국이나 독립적인 자료를 통해 별도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마오루이 이사는 당시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강력히 반대했던 것은 홍콩 시민이 중국 본토 사법체계로 넘겨질 경우 공정한 재판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홍콩 민주 인사들이 잇따라 수감된 현실을 거론하며 “홍콩이 사실상 ‘일국일제’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퉁리 이사 역시 과거 홍콩이 국제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법치와 자유, 국제사회의 신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홍콩은 인권과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됐고 국제사회 역시 과거와 같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반송중 운동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중국 본토 등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시민들의 대규모 반발 끝에 법안은 철회됐지만, 이후 중국 당국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했고 홍콩 민주 진영과 시민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어졌다.
해외로 떠난 홍콩인들과 민주 인사들은 이후 영국과 미국, 대만 등지에서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 운동을 기록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들어설 ‘홍콩 반송중 기념관’ 역시 단순한 과거 시위의 전시 공간을 넘어, 홍콩에서 사라져가는 정치적 자유와 시민사회의 기록을 해외에 보존하는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이 홍콩 내부에서 민주화 운동의 흔적과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그 기억이 오히려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보존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