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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北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유엔기구 꽃바구니

2026-09-05 22:09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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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의 직접 헌화인가, 北 당국의 ‘우상화 선전’ 활용인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정권 수립 78주년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북한에 주재하는 유엔 기구들 명의의 꽃바구니가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놓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경위와 적절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북한 주재 유엔상주조정자사무소를 비롯해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부 명의의 꽃바구니가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번 꽃바구니가 과연 유엔 기구들이 해당 동상에 직접 헌화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전달받은 꽃바구니를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적 장소에 배치했는지 현재 보도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외부 기관이나 외국 대표부가 보내온 축하·의례 물품을 체제 선전 방식에 맞춰 소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엔 측의 본래 의도와 북한 매체가 연출·보도한 모습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즉 유엔 기구들이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을 맞아 의례적으로 꽃바구니를 전달했더라도, 북한 당국이 이를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으로 옮겨놓고 마치 국제기구가 두 사람에게 직접 경의를 표한 것처럼 선전했을 가능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곧바로 “유엔이 김일성·김정일에게 헌화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꽃바구니 전달 방식과 수령 주체, 최종 배치 장소를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문제는 남는다.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은 북한의 대표적인 수령 우상화 상징물이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을 앞두고 유엔 기구의 이름이 적힌 꽃바구니가 이곳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당국에는 매우 유용한 체제 선전 소재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가 김씨 일가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기구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상징물이 북한의 정치선전에 활용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엔과 산하기구의 존재 목적은 북한 정권의 정치적 권위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식량난과 의료난, 취약계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 표현·종교·이동의 자유 제한 등 심각한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기구의 명칭이 세습독재를 상징하는 장소에 등장하는 것은,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결과적으로 북한의 우상화 선전에 이용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유엔 측도 이번 꽃바구니의 전달 경위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유엔이 직접 만수대 동상을 헌화 대상으로 지정했는지, 북한 당국이 전달받은 꽃바구니를 임의로 배치했는지, 아니면 북한의 의전 관행에 따른 것인지 확인돼야 한다.

만약 북한 당국이 유엔 측의 의도와 관계없이 꽃바구니를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가져다 놓았다면 이는 오히려 국제기구의 이름까지 체제 우상화에 동원하는 북한 선전정치의 또 다른 단면이 된다.

반대로 유엔 기구들이 해당 장소를 알고도 직접 헌화를 결정했다면 국제기구의 정치적 중립성과 인권 가치에 대한 보다 엄중한 질문이 뒤따라야 한다.

어느 쪽이든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유엔이 꽃을 보내야 할 대상은 독재자의 동상이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이다. 그리고 북한 당국 역시 국제기구의 선의를 김씨 일가 우상화의 소품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꽃바구니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북한의 체제 선전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국제기구가 그러한 정치적 악용을 막기 위해 충분한 원칙과 통제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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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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