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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와 당 기강 확립을 앞세워 당내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집권 이후 장기간 이어진 대규모 징계에도 정비 작업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간부들의 정치적 충성과 정책 이행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0월 30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다루면서, 끝없는 숙청이 공산당 조직을 바라보는 시 주석의 좌절감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권력 집중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지시가 당 조직 전반에서 충실히 실행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5중전회는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다. 공식 공보에 따르면 중앙위원 162명과 후보 중앙위원 117명 등 279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류젠차오 전 중앙 대외연락부장과 장유샤 등 고위 인사 33명에 대한 당적 박탈 처분이 확정됐다. 중국 지도부는 당에 대한 충성 교육과 간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반부패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반부패 운동의 핵심 쟁점은 금품 수수 등 경제적 비위에 그치지 않는다. 간부들이 공개적으로는 지도부를 지지하면서 실제 업무에서는 지시를 지연하거나 정책 집행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행태까지 통제 대상이 되고 있다. 청렴성과 함께 정치적 복종, 정책 실행력을 검증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 같은 압박은 관료 조직에 상충하는 요구를 안긴다. 간부들은 성과를 내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다. 그 결과 현안 해결보다 보고서 작성과 학습 행사, 정치적 입장 표명에 더 많은 힘을 쏟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제공된 자료에 등장하는 “형식주의로 형식주의에 맞선다”는 표현은 이러한 모순을 보여준다. 형식주의를 없애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이를 이행하기 위한 회의와 교육이 다시 늘어나면서, 정작 현장의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은 뒤로 밀린다는 지적이다.
고위층에 대한 징계는 권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인사가 퇴진하면 그와 연결된 인적 관계와 영향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인사의 숙청이 부패 혐의 때문인지, 정치적 경쟁이나 충성 문제와 관련됐는지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개된 징계 사실만으로 내부 권력투쟁의 구체적 동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차세대 간부들에게 정치적 충성과 전문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경제 운용과 기술 경쟁, 공급망 갈등이 복잡해지면서 지도부의 방침을 이해하고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희토류 수출 관리와 첨단 반도체 자립 같은 과제는 산업·금융·국제통상에 대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번 전원회의는 제21차 당대회를 2027년 하반기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공식 공보는 우수한 젊은 간부의 육성과 선발 수준을 높이고, 정치적 자질과 업무 능력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인사에서는 충성심과 함께 복잡한 경제·기술 현안을 다룰 역량이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체제가 마주한 과제는 강화된 통제를 행정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충성 요구가 커질수록 간부들이 책임 있는 결정을 주저한다면 정책 추진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2027년 당대회를 앞둔 인사 개편은 권력의 결속과 관료 조직의 실행력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