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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NATO를 ‘전쟁광’이라 비난하는 북한

2026-08-01 22:28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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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태지역 군사적 불안 증폭시킨 핵심은 북한의 핵 도발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나토의 군사연료 공급망 개편을 두고 “전쟁시간을 앞당기는 것이자 나토 파멸시간의 단축”이라고 주장했다.

나토가 러시아와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해 유럽의 연료 수송·저장 체계를 확충하는 움직임을 침략전쟁 준비로 규정하고, 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연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논평은 국제안보 현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한 전형적인 선전문에 가깝다. 무엇보다 북한은 나토가 왜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흔들린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병력과 장비를 신속히 이동시키기 위한 연료 공급망을 정비하는 것은 군사동맹으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응이다.

군대가 작전을 수행하려면 연료와 탄약, 식량과 의료물자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군수 기반을 구축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침략전쟁을 준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나토의 연료 공급망 개편은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북유럽 회원국들의 방어 취약성을 보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연료 송유관과 저장시설을 마치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시설인 것처럼 묘사했다. “세계의 임의의 곳에서 임의의 순간에 전쟁의 불길을 지펴 올리려는 흉심”이라는 표현은 구체적인 증거보다 선동적인 수사에 의존하고 있다.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북한의 선전

북한의 주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제적 군비 증강의 원인과 결과를 의도적으로 뒤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군사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 위협, 미사일 공격, 장기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러한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은 채, 위협에 대응하려는 국가들만을 ‘전쟁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설명할 때 반복해 온 방식과도 닮았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위권’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는 ‘핵전쟁 도발’이라고 비난한다.

자신들의 군사행동은 방어이고 상대의 대응은 침략이라는 이중 잣대다. 이런 논리라면 북한과 러시아의 무력 증강은 언제나 정당화되고, 이에 위협을 느낀 주변국의 방어 조치는 모두 전쟁 준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림팩 참가가 북한 공격 준비라는 억지

조선중앙통신은 하와이와 태평양 일대에서 진행되는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에 독일과 이탈리아 등 나토 회원국들이 참여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이를 나토가 아시아·태평양을 전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처럼 제시했다.

그러나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해상훈련은 연합작전 능력뿐 아니라 해상수송로 보호, 수색·구조, 재난 대응, 통신 협력 등 다양한 목적을 갖는다. 나토 회원국이 훈련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오히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불안을 증폭시켜 온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각종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왔으며, 핵무력을 체제 유지와 대외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그런 북한이 다른 국가들의 방어훈련을 비판하며 ‘정의와 평화’를 언급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평화를 원한다면 상대방의 훈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들의 핵무기와 군사적 위협이 주변국에 어떤 불안을 주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러시아의 침략에 동조하는 ‘위선적 평화’

북한 논평은 나토를 “침략적인 군사블록”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초래한 희생과 파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말하는 ‘정의와 평화’가 얼마나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화는 특정 진영의 군사행동만 비난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을 무력으로 변경하려는 행위,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공격, 핵무기를 앞세운 위협은 어느 국가가 행하든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선전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행동은 언제나 정당한 대응으로 묘사된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 한국과 일본의 조치는 모두 침략과 전쟁 준비로 규정된다. 이는 평화 원칙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불과하다.

북한이 진정으로 공정한 국제질서를 원한다면 러시아의 침략전쟁과 핵 위협도 같은 기준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나토의 물류망 정비만을 문제 삼는 것은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선전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실패를 가리는 체제

북한이 끊임없이 미국과 나토를 ‘전쟁광’으로 묘사하는 데에는 내부 통치의 목적도 있다. 주민들에게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 경제난과 생활고, 식량 부족과 사회 통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적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민들에게 더 많은 희생과 동원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활용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현실도 체제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모두 외부의 제재와 군사적 위협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경제를 군사 부문에 종속시키고, 주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정보 접근을 억압하며, 체제 유지에 국가 자원을 집중해 온 북한 지도부의 책임 역시 크다.

외부의 적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선전은 단기간에는 체제 결속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거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지는 못한다.

‘나토 파멸’이 아니라 북한의 고립을 걱정해야

조선중앙통신은 “전쟁시간을 앞당기는 것이자 나토 파멸시간의 단축”이라는 위협적인 문장으로 논평을 끝맺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표현은 북한의 자신감을 보여주기보다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스스로 거부하는 폐쇄적 사고를 드러낼 뿐이다.

북한이 걱정해야 할 것은 나토의 파멸이 아니다. 핵무기와 군사적 위협에 의존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고, 주민들의 삶이 악화되는 북한 자신의 미래다.

유럽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면 러시아의 침략이 중단되고 국제법과 국가주권이 존중돼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려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실질적인 비핵화와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

나토의 송유관을 비난하고 다국적 훈련을 침략전쟁 준비로 몰아붙이는 선전으로는 평화를 만들 수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말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을 향한 파멸의 저주를 중단하고, 자신들이 국제사회에 가해 온 핵 위협과 군사적 긴장 조성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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