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중국과 네팔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초대형 홍수·토석류 참사가 갈수록 막대한 인명피해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재난 대응을 둘러싼 정보 통제와 ‘루머 단속’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6일 빙하 하부가 붕괴하면서 얼음과 암석이 계곡으로 쏟아져 내렸고, 거대한 토석류와 급류가 네팔과 중국 티베트의 국경지대를 순식간에 휩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1일 현재 네팔에서만 903명이 숨지고 4,247명이 실종됐으며, 중국 티베트 지룽현에서도 당국 집계상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됐다. 양국을 합치면 사망자가 90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5,000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참사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중국 내부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피해 상황을 알리거나 공식 발표와 다른 인명피해 규모를 언급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공안당국의 이른바 ‘인터넷 루머’ 단속이 본격화된 것이다.
티베트 경찰, 네티즌 10명 행정처분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티베트 인터넷 경찰은 31일 지룽 국경지역 재난과 관련한 ‘10대 인터넷 루머 사례’를 공개했다.
경찰은 “중국 측에서 이미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룽 출입국 지역에서 수천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적어도 천 명 이상일 것”이라는 글을 올린 네티즌들을 적발해 행정처분했다고 밝혔다. “실종자가 826명으로 늘었다”는 게시글을 작성한 네티즌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후난성 인터넷 경찰 역시 재난 보도 댓글란에서 사상자 규모를 과장하거나 재해 원인을 임의로 주장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을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한 명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 같은 게시물이 “관심을 끌기 위해 허위 사실을 만들어 사회적 공포를 조성하고 구조 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재난 초기 중국 당국이 발표한 피해 규모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 측 사망·실종자 수는 초기 3명 사망·265명 실종에서 이후 16명 사망·546명 실종으로 확대됐다.
재난 초기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 발표보다 많은 피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루머’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방식이 적절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해외 중국어 매체는 티베트 경찰이 처음 공개했던 ‘루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이후 발표된 실제 피해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해당 사례가 후속 게시물에서 다른 사례로 교체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기원은 경찰의 서로 다른 두 버전의 통보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부분은 중국 공안당국의 최초 게시물과 수정 경위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독립적인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재난 영상은 사라지고.. 티베트 안쪽은 ‘깜깜이’
이번 사태에서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티베트 지역의 폐쇄적인 정보환경이다.
호주 ABC는 지룽 국경검문소 일대를 거대한 물과 얼음, 토사가 덮치는 폐쇄회로TV 영상이 공개되자 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빠르게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ABC는 중국의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당국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으며, 티베트 피해지역에 관한 세부 정보 역시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팔 쪽에서는 국제 언론이 재난지역에 접근해 생존자와 유가족, 구조대원 등을 취재하면서 피해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반면 티베트는 평소에도 외국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영국 가디언도 네팔에서는 기자들이 현장에 접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직접 취재하고 있지만 중국 측에서는 국영매체 보도가 구조활동에 집중돼 있고, 피해 규모를 독립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티베트 주민이 외국 언론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처벌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언론 보도의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자연재해에서는 정확한 사망·실종자 정보와 피해지역 상황, 위험지역 자료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유돼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주체가 되고, 공식 발표와 다른 주장부터 처벌하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시민들이 위험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다.
리창은 “공개·투명” 강조했지만 동시에 “사회 안정” 주문
중국 국무원 총리 리창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를 받고 27일 티베트 지룽 재난지역을 직접 찾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리창의 지시 내용이다. 리창은 실종자 수색과 피해자 지원을 강조하면서 “재해와 구조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발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중국 전역의 홍수·태풍 대응을 언급하며 “인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과 사회 전반의 안정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정치에서 ‘사회 대국의 안정’ 또는 ‘사회 안정 유지’는 단순한 치안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여론 관리와 정보 통제까지 포괄하는 표현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창 방문 직후인 29일 지룽 출입국 관리 당국은 인근 3개 현의 검문 지점에서 지룽진으로 향하는 모든 일반 차량을 사전에 차단하고, 구조·구호·물자수송 차량을 제외한 차량과 사람의 진입을 금지했다. 당국은 추가 산사태와 도로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지의 계속되는 지질 위험을 고려하면 교통 통제 자체에는 안전상 필요성이 있을 수 있지만, 외부인의 현장 접근이 이미 극도로 어려운 티베트에서 이러한 조치는 결과적으로 독립적인 피해 확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