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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다는 ‘논판양어’를 놓고 벌써부터 “정책실행 첫해의 경제적 성과”라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벼농사를 짓는 논에서 메기까지 함께 길러 쌀과 물고기를 동시에 생산한다는 것이다.
논판양어 자체가 잘못된 농법은 아니다. 벼농사와 물고기 양식을 결합하는 방식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물고기가 해충과 잡초를 줄이고 배설물을 통해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벼농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농업기술의 객관적인 성과 분석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로동당 정책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신보는 28일 “로동당의 논판양어정책, 첫해부터 성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원산시 룡천농장,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농장, 황해남도 태탄군 읍농장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룡천농장은 5정보의 논에서 메기 110t 이상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숙천군 약전농장 역시 약 100t의 메기를 수확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태탄군 읍농장에서는 불과 0.2정보의 논에서 메기 8.3t을 수확했다고 주장했다.
숫자만 보면 놀라운 ‘대풍년’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숫자 때문에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FAO가 소개하는 국제적인 벼·물고기 복합농업 자료에서는 양호한 관리와 적절한 환경조건 아래 1㏊의 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어류·갑각류 생산량을 대체로 연간 225~3,000㎏ 범위로 제시한다. 물론 어종과 사육밀도, 사료 투입, 수질, 양식방법 등에 따라 생산량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북한 매체가 밝힌 수치를 단순 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태탄군 읍농장의 경우 1정보를 약 1㏊로 볼 때 ㏊당 40t을 훌쩍 넘는 수준이 된다. 룡천농장 역시 5정보에서 110t이라면 정보당 약 22t이다.
일반적으로 소개되는 논·어류 복합농업의 생산규모와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다. 그렇다면 북한 매체가 말하는 ‘논판양어’에는 일반적인 벼·물고기 복합농업과 다른 고밀도 양식시설이나 별도의 사료투입, 물고기 대피수로·양식장 등이 포함돼 있는지부터 밝혀져야 한다. 어린 물고기를 어디에서 공급했는지, 사료는 얼마나 투입했는지, 양어에 들어간 인력과 비용은 얼마인지도 공개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핵심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입 비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수확량만 제시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주장한다면 진정한 생산성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농업의 성패는 정치구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논판양어가 실제로 농민의 소득을 늘리고 쌀 생산성을 높였다면 객관적인 수치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동일한 지역의 지난해 벼 생산량과 올해 생산량을 비교하고, 메기 종자와 사료비, 노동력, 시설비 등을 모두 포함한 생산원가를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북한식 보도에서는 이런 경제성 분석보다 “당 정책의 정당성”이 먼저 등장한다. 정책이 발표되고 첫해가 지나기도 전에 ‘성과’를 선언하고, 몇몇 농장의 사례를 전체 정책의 성공으로 확대하는 것은 북한 선전매체에서 반복돼 온 전형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논판에서 자란 메기마저 정치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선전 구조다. 벼가 잘 자라도 당의 은덕이고, 물고기가 많이 잡혀도 당의 정책이며, 공장이 생산량을 늘려도 지도자의 영도라는 식이다. 결국 경제활동의 모든 결과를 정치권력의 업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이다.
논판양어의 농업적 가치는 실제로 존재한다. FAO 역시 벼와 물고기를 함께 기르는 농법이 해충과 잡초를 줄이고 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감소시키면서 농가의 식량과 소득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수자원 관리, 치어 공급, 홍수 위험, 노동·시설비 등 여러 제약조건도 함께 지적한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누가 지시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생산했고, 얼마를 투입했으며, 농민들에게 얼마나 돌아갔느냐이다.
풍년을 증명하는 것은 선전구호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숫자다. 북한이 공개해야 할 것은 ‘당의 은정’이 아니라 그 숫자의 장부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