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독자 제공 |
미국 정치권의 대중(對中) 자동차 견제가 다시 한층 강화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 3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을 막고, 멕시코·캐나다를 우회한 중국차의 북미 시장 진입도 차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중국차를 둘러싼 미국의 경계심이 사실상 초당적 공감대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타미 볼드윈, 엘리사 슬로트킨 상원의원은 4월 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세워 차량을 생산하는 길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조립된 중국 자동차가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통로 역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원은 서한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을 허용할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이 “극복할 수 없는 경제적 우위”에 직면하고, 장기적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국가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겉으로는 투자와 일자리 유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미국 완성차 산업과 공급망, 기술 주도권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트럼프는 올해 1월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들어와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이를 반길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중국산 완성차 수입에는 부정적이지만, 미국 내 직접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형식에는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자동차 규제는 이미 상당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 1월 중국산 차량과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확정했으며, 이는 사실상 중국 승용차와 트럭의 미국 시장 진입을 봉쇄하는 효과를 갖는다.
미국 정부는 커넥티드카가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중국산 차량이 개인정보 유출과 국가안보 위협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특히 이번 민주당 의원들의 서한에는 중국 전기차 대기업 비야디(BYD)가 직접 거론됐다. 의원들은 비야디를 포함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군 관련 주체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단순한 통상 분쟁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체를 안보산업의 연장선에서 보겠다는 미국 정치권의 시각을 드러낸 대목이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미국 산업 부흥을 위한 투자 유치에는 적극적이지만, 국가안보를 희생하면서까지 중국 투자를 허용할 생각은 없다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도 표면적으로는 투자와 안보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의회와 산업계는 그 균형 자체를 신뢰하지 않고 더 강한 선제 차단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민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화당의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협력관계 전반에 걸쳐 봉쇄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로이터는 이 구상이 바이든 행정부의 2025년 규제를 더 확대하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대체로 같은 방향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제한 정책을 유지·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월 회담을 앞두고 중국차 규제가 협상 카드로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과 디트로이트 안팎에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측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차별적 보조금과 각종 장벽을 통해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미국 내 정치권 분위기를 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확장을 둘러싼 경계심은 정권 교체와 당파를 넘어 구조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값싼 중국 전기차를 막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급망 보안, 차량 데이터, 소프트웨어 통제권, 북미 제조업 기반, 미래 전기차 패권이 한데 얽혀 있는 전략 산업 전면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차에 대한 미국의 문턱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유치 논리를 계속 유지하더라도, 의회와 산업계가 이를 그대로 용인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