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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대한민국에서 다시 ‘친일재산’ 조사가 거론된다고 한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해방 80년이 지난 오늘, 또다시 과거의 재산을 들춰 국가가 역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다면 국민이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 잣대는 과연 공정한가. 그리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가.
친일 행위로 형성된 재산을 법과 증거에 따라 조사하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정 지역, 특정 정파, 특정 가문에는 눈을 감고 정치적으로 만만한 사람들만 골라내는 식이라면 그것은 역사 청산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적 보복일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떤 정치 지도자도 예외일 수 없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좌익이든 우익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이름 없는 국민이든 기준은 하나여야 한다. 실제 친일 행위와 재산 형성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된다면 누구의 재산이든 같은 원칙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역사 정의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과거의 부당한 재산 형성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여기서 멈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결산하지 못한 더 크고 무거운 역사의 부채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면서 북한 독재정권을 추종하거나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형성·사용된 재산과 자금이다.
친일의 책임을 한세기 지나서까지 묻겠다면, 북한의 공산전체주의 독재와 대한민국 전복을 위해 불법적으로 조성되거나 사용된 자금 역시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 간첩 활동, 불법 대북 송금, 반국가단체 활동 등 법원의 확정판결로 불법성이 확인된 행위에서 얻은 범죄수익이 있다면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역사 정의에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둘째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공직자의 세비와 각종 수당에 대한 책임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라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세비와 수당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받아간다면 국민의 상식이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중대한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고 그 범죄가 국회의원 직무와 직접 관련돼 있다면, 일정한 요건 아래 부당하게 지급된 세비와 수당은 반드시 환수되어야 한다.
권력자에게도 국민과 똑같은 책임을 묻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재산이 있다.
바로 북한에 고향과 집과 논밭과 공장과 상점, 평생 일군 전 재산을 남겨둔 채 목숨만 건져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던 실향민들의 재산이다.
김일성 공산정권은 토지개혁과 국유화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주민의 재산권을 약탈했다. 전쟁과 공산화 과정에서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수많은 실향민은 자신의 고향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그들의 집은 누구의 것이 되었는가. 그들의 땅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이 평생 일군 공장과 상점과 재산은 누가 가져갔는가. 대한민국이 진정 역사 정의를 이야기하려면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하든, 통일이 언제 오든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북한 지역에 남겨진 실향민과 그 후손들의 재산권을 국가 차원에서 조사하고 기록하고 증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토지대장, 등기자료, 가족관계 자료, 증언과 사진, 각종 문서를 수집해 ‘북한지역 실향민 재산권 국가기록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통일이나 북한 체제 변화 이후 재산권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뒤 준비를 시작한다면 이미 늦는다. 이것은 복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권 문제다.
친일재산을 조사하겠다는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과거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재산을 바로잡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면 친일만 골라 정치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친일이든, 반국가 범죄이든, 권력형 범죄수익이든, 북한 공산정권에 의해 강탈당한 국민의 재산이든 동일한 법치와 증거의 원칙으로 다뤄야 한다.
특정 시대만 들춰내고 특정 세력의 잘못만 심판하는 것은 역사 청산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정말 과거를 결산하겠다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