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 화성지구 새별거리에 조성한 대규모 ‘못가공원’을 새로운 도시 생활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인공못과 넓은 잔디밭, 산보길과 휴식터를 갖춘 친환경 공간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지만, 정작 공원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나 일반 주민들의 실제 이용 실태, 평양 이외 지역과의 생활환경 격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조선신보는 30일 지난 2월 평양시 화성지구 새별거리에 조성된 못가공원이 “독특한 매력을 안겨주며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공원의 부지 면적은 축구경기장 약 70개를 합친 규모로, 대형 인공못과 잔디밭, 산보길, 휴식시설 등이 조성됐다. 공원 내 잔디밭만 약 30정보에 달하고, 10여 종의 나무 수천 그루가 식재됐다고 한다.
신보는 특히 공원이 주민들에게 “풍만한 정서와 낭만적인 생활”, “보다 개선된 생태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평양건축대학 연구사의 설명을 인용해 도시공해 방지와 주민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에서도 북한 선전매체의 고질적인 특징이 반복된다. 시설의 규모와 화려한 외관은 자세하게 소개하면서도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적 비용과 실효성에 관한 정보는 철저히 빠져 있다.
축구장 70개 규모의 공원과 대규모 인공못, 30정보에 이르는 잔디밭을 조성했다면 상당한 건설비용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비용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인공못의 수질관리, 잔디와 수목 관리, 조경시설 보수, 전력과 용수 공급 등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국가적으로 지방개발과 주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대규모 자원이 또다시 수도 평양의 신도시 경관 조성에 집중되는 것이 적절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북한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평양에 송화거리, 화성거리 등 대규모 신도시와 각종 문화·편의시설을 잇달아 건설하며 이를 체제 성과로 선전해왔다. 새별거리 못가공원 역시 이러한 ‘평양 전시사업’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도의 특정 지역에 현대적인 주택과 공원, 상업·편의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뒤 이를 전체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인 것처럼 선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평양의 대규모 공원이 실제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상을 얼마나 대표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보도에는 지방 도시와 농촌 주민들이 어떤 주거·휴식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이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공공시설이 제공되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는 전혀 없다.
조선신보는 “입구나 출구가 따로 없는 열린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공원이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용되는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얼마나 되는지, 인근 주민과 평양 시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기사 말미에는 “산보길을 오가는 청춘남녀들”, “의자에 앉아 휴식하는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이상적인 도시 풍경을 연출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결국 이번 보도에서도 북한 매체가 보여주려는 것은 공원 자체보다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양’이라는 이미지에 가깝다.
도시공원과 녹지 확대 자체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사업일 수 있다. 문제는 국가가 막대한 자원을 어디에, 어떤 우선순위로 투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검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정한 주민 복지는 화려한 인공못이나 대규모 잔디밭의 면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식생활과 주거, 의료, 교통, 전력과 수도 같은 기본적인 생활조건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혜택이 평양의 특정 계층이 아니라 전국 주민에게 고르게 돌아가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북한 매체가 새별거리 못가공원의 ‘독특한 매력’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이러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축구장 70개 규모의 거대한 공원은 주민생활 향상의 증거라기보다 수도 평양을 앞세운 또 하나의 전시성 성과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