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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석탄과 철강, 화학, 전력, 철도, 경공업, 수산업 등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7월 생산계획을 완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보도에는 각 부문의 구체적인 생산 목표와 실제 생산량, 전년 대비 증감률, 주민 생활에 미친 효과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객관적인 통계와 검증 가능한 자료 없이 ‘계획 완수’와 ‘성과적 수행’이라는 표현만 반복한 전형적인 북한식 경제선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천성청년탄광과 북창지구청년탄광련합기업소를 비롯한 여러 탄광이 7월 생산계획을 수행하거나 수천 톤의 석탄을 증산했다고 보도했다. 김책제철련합기업소는 선철과 압연강재 생산계획을 완수했고, 무산광산련합기업소는 철정광 생산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 이상 늘렸다고 주장했다.
화학공업과 전력, 기계, 철도, 채취공업, 임업, 시멘트, 방직, 화장품, 수산 부문에서도 계획을 달성하거나 초과 수행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는 계획보다 1만 톤을 증산했고, 수산성 차원의 7월 물고기잡이계획도 완수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발표만으로는 실제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계획’이 어떤 기준으로 책정됐는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생산 목표 자체를 낮게 설정하거나 계획 수치를 사후에 조정했다면 ‘계획 완수’라는 표현은 경제 회복이나 생산성 향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의 경제보도에서는 국가 전체의 생산량이나 설비 가동률, 원료 확보 상황, 전력 공급 시간, 노동생산성, 제품 불량률, 시장 공급 가격과 같은 핵심 지표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공장과 기업소의 성과를 나열하면서도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실제 주민 공급량은 밝히지 않는 방식이다.
이번 보도 역시 “수천 톤”, “계획보다 훨씬 많은”, “높은 실적”, “실제적인 성과” 등 모호한 표현을 반복했다. 무산광산의 철정광 생산 증가율과 상원세멘트의 증산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경제보도라기보다 노동자들의 생산 경쟁을 독려하기 위한 정치적 선동문에 가깝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특히 탄광 부문에서 강조된 ‘한 교대 더하기’, ‘한 탄차 더하기’, ‘다음 교대 도와주기’는 설비 현대화나 노동생산성 향상보다 노동시간 연장과 집단적 동원을 통해 생산량을 채우고 있음을 드러낸다. 북한 당국은 이를 ‘집단주의 정신’과 ‘집단적 혁신’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부족한 장비와 자재, 전력을 노동자의 희생으로 보충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공장과 광산에서 계획이 초과 달성됐다면 그 성과는 주민 생활에서 확인돼야 한다. 비료 생산 증가가 농업 생산과 식량 공급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방직공장의 증산이 의류 부족과 가격 불안을 완화했는지, 물고기잡이계획 완수가 주민들의 식탁을 풍요롭게 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생산계획 완수를 주장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제품이 공급됐는지, 가격이 얼마나 안정됐는지,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배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장 굴뚝이 돌아가고 생산계획표에 숫자가 채워졌다는 주장만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입증할 수는 없다.
북한의 계획경제에서는 생산량을 부풀리거나 상급기관의 요구에 맞춰 실적을 허위 보고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기업소 간 원료와 부품을 돌려막거나, 월말과 분기 말에 생산을 집중해 형식적으로 계획을 채우는 관행도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중앙의 평가와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숫자 경쟁이 품질 저하와 설비 과부하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번 보도에서 여러 공장이 생산공정을 갱신하고 기술혁신을 추진했다고 강조한 대목도 검증이 필요하다. 어떤 설비가 교체됐고,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됐으며, 투자 재원과 기술은 어디에서 확보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가치 있는 창의고안’이나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산업 현대화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이 경제 성과를 진정으로 입증하려면 선전적 표현이 아니라 투명한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부문별 목표와 실적, 전년 대비 생산량, 설비 가동률, 제품의 품질, 주민 공급량과 가격 변화를 제시하고 외부의 객관적인 검증도 허용해야 한다.
주민들이 식량과 생필품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매달 반복되는 ‘계획 완수’ 선전은 오히려 북한 경제의 불투명성과 모순을 드러낸다. 계획표 위의 숫자가 아니라 주민의 식탁과 시장, 가정의 전력 공급과 실질소득이 개선될 때 비로소 경제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경쟁을 ‘집단주의 정신’으로 미화할 것이 아니라, 실패한 계획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과도한 군사비 부담부터 직시해야 한다. 구호와 동원으로 채운 생산계획은 잠시 선전물을 장식할 수는 있어도 무너진 민생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