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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 세운상가 인근 식당에서 열린 『남북 혁명가의 대화』 작은 출판기념회 현장 |
지난 21일 서울 종로3가 세운상가 인근의 한 작은 식당에서 『남북 혁명가의 대화』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화려한 호텔 연회장도, 대형 서점의 행사장도 아니었다. 종로의 번화한 거리에서 한 걸음 들어간 오래된 건물들이 이어지는 골목 안 작은 공간이었다. 저자인 도희윤 대표와 평소 친분을 맺어온 인사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우면서 조촐한 출판기념회가 시작됐다.
이날 행사가 일부러 번듯한 장소를 피해 마련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남북 혁명가의 대화』가 단순한 신간 출판을 기념하는 책이 아니라, 북한에 남겨진 공동저자 김성일을 기억하고 그의 삶을 뒤늦게나마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축하행사보다는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조문’에 가까운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행사를 준비한 측의 설명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음식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제공된 음식은 전문 연회업체가 준비한 메뉴가 아니었다. 북한에서 온 한 탈북여성이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북한식 순대를 비롯해 인조고기, 두부밥, 옥수수 국수 등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한 음식들이 식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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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여성이 직접 마련한 북한식 순대·인조고기·두부밥·옥수수 국수 등 북한 음식 |
평일 점심시간에 마련된 조촐한 식사였지만 그 의미만큼은 결코 작지 않았다.
분단된 한반도를 넘어 새로운 통일 한반도를 이루겠다는 각오로 메시지를 이어가야 했던 사연을 생각하면, 이날의 북한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북한의 아우 김성일을 기억하고, 그가 살았던 땅과 삶을 떠올리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행사의 출발은 분명 무거웠다.
『남북 혁명가의 대화』에는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의형제가 나눈 대화와 고민이 담겨 있다. 특히 북한에서 싸웠던 김성일의 삶과 이후의 행적을 둘러싼 사연은 이 책이 단순한 남북관계 서적을 넘어 의롭게 만난 형제들이 겪은 분단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까닭에 이날 출판기념회는 김성일에 대한 ‘너무 늦은 조문’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밝았다.
삼삼오오 자리를 함께한 참석자들은 북한 음식과 함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의 삶과 남북관계, 그리고 앞으로의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이어갔다.
무거운 추모의 자리에서 시작됐지만 대화의 끝은 오히려 통일 이후의 한반도와 북한 주민들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쪽으로 향했다.
누군가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서울을 찾는 날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남과 북의 가족들이 더 이상 정치와 체제 때문에 고통받지 않는 시대를 기대했다.
분단의 비극을 기록한 책을 앞에 두고 참석자들이 나눈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희망’이었다. 그래서 이날 종로 뒷골목의 작은 출판기념회는 조금 특별했다.
거창한 축사도 없었고 화려한 무대도 없었다. 대신 북한 음식을 가운데 놓고 사람들이 둘러앉아 한 사람을 기억했고, 분단의 현실을 이야기했으며, 언젠가 찾아올 통일의 시간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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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아우를 기억하며.. 저자 도희윤 대표 |
북한에 있는 아우에게 끝내 직접 전하지 못한 말을 책으로 남긴 형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우에게 바치는 늦은 조문...
『남북 혁명가의 대화』 작은 출판기념회는 그렇게 조용히 시작됐지만, 참석자들이 나눈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상·만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