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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북한 김여정 - 리베르타임즈 |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국가정보원장을 둘러싸고는 미국 입국 거부 의혹과 당국의 부인이 맞선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정작 국민에게 불안과 의문을 안기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공된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곧바로 이 발언을 끌어다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했다. 유엔에서는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에 맞서는 논거로 사용했고, 김여정은 한국의 장관도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자작극’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한민국 장관의 말이 대한민국의 외교적 대응을 가로막는 데 쓰인 것이다.
물론 사건의 경위와 공격 의도는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공격 의도에 대한 신중한 판단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 매설 책임은 구분해야 한다. 고의적 공격 여부를 더 살펴야 한다는 말이 북한의 책임까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장관이라면 바로 그 점을 분명히 밝혔어야 한다.
정부 발언은 국회 회의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목만 떼어 선전하고,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 일관성이 있는지 살핀다. 이런 상황에서 장관이 내놓아야 할 말은 국민의 안전과 영토 수호에 관한 명확한 원칙이다. 북한이 악용할 여지를 남겼다면 그 경위를 설명하고, 왜곡된 주장에는 즉각 반박해야 한다.
정 장관은 상대의 이름과 체제를 존중하는 데서 평화가 시작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거듭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은 그의 대화 제의를 모욕적인 표현으로 일축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외교가 성과를 내려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존중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묻는 말까지 흐려지는 대화 정책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정원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동훈 의원은 이종석 국정원장의 미국 입국이 거부됐다고 주장했고, 국정원은 이를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따라서 입국 거부를 확정된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의혹을 제기한 쪽은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정부는 보안을 지키면서도 국회의 적절한 검증을 통해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활동에는 비밀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밀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우려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 정보협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북한의 핵과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정보 공유가 충실히 이뤄지는지 정부는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의혹만으로 동맹의 균열을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정부 역시 부인하는 말에 걸맞은 신뢰를 보여야 한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대한민국 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기관이다. 한쪽은 북한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다른 한쪽은 동맹과의 정보협력을 통해 위협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장관의 말은 북한의 책임 회피에 이용되고, 정보기관은 동맹 신뢰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민이 정부의 안보 대응 능력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평화를 말하는 정부의 선의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국민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 북한에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정부의 말이 북한의 방패가 되고, 동맹과의 협력을 두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의 말은 대한민국 국민을 지켜야 한다. 그 기본조차 흔들린다면, 현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