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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과학기술 성과”라는 이름의 선전

2026-05-01 10:48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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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광업의 현실을 결코 가릴 수 없고, 미래도 없어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국가과학원 중앙광업연구소의 공기기계식부선기 도입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소는 검덕광업련합기업소에 공기기계식부선기에 의한 부유선광공정을 확립해 광물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과학적 담보”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기계식부선기 중심의 선광장을 에너지 절약형, 노동력 절약형, 부지 절약형으로 전환했고, 이 성과로 연구집단이 북한의 최고 과학기술상인 2·16과학기술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식 경제 선전의 전형적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술의 이름은 거창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빠져 있다. 실제 생산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비용은 얼마나 절감됐는지, 설비의 안정성은 검증됐는지, 노동자의 작업환경은 개선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없다. 

“증산”, “절약”, “성과”라는 단어만 반복될 뿐,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는다. 공기기계식부선기는 광석을 선별하는 선광공정에서 활용되는 장비다. 원광 속 유용 광물을 분리해 회수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광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설비가 활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북한 보도가 마치 이 기술 하나로 광업 부문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포장한다는 점이다. 

북한 광업의 근본 문제는 단순히 특정 설비의 부족이 아니라 노후한 전력망, 낙후된 운송체계, 부족한 부품과 자재, 안전관리 부실, 그리고 주민과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과도한 동원 체제에 있다. 검덕광업련합기업소는 북한의 대표적인 유색금속 생산기지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은 이곳을 경제성과의 상징처럼 내세워 왔다. 

그러나 북한의 광산 노동 현실은 화려한 선전문구와 거리가 멀다. 광산은 본래 고위험 작업장이며, 환기·배수·전력·안전장비·보호구·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런데 북한 매체의 보도에는 노동자의 안전, 임금, 생활조건, 산업재해 예방, 환경오염 방지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생산 증대만 있고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로력절약형”이라는 표현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산업사회에서 노동력 절감은 위험노동을 줄이고 노동자의 숙련도를 높이며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북한 체제에서 노동력 절감이라는 말은 실제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의문이다. 절감된 노동력이 다른 강제 동원 현장으로 이동되는 것은 아닌지, 설비 운용 부담이 남은 노동자들에게 더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기술 성과의 이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또한 북한 당국이 광물 증산을 강조하는 배경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 광물은 북한 경제에서 외화 확보와 군수·중공업 유지에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광업 부문의 “성과”는 단순한 경제 보도가 아니라 체제 유지와 대외 생존전략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주민 생활 개선보다 정권의 전략 물자 확보, 군수경제 유지, 대외 거래 기반 확보가 우선되는 구조라면, 아무리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그것은 주민을 위한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북한은 과학기술을 자주 “자력갱생” 선전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외부 지원 없이도 자체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연구소와 공장, 기업소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부각한다. 그러나 실제 경제는 만성적 전력난, 식량난, 설비 노후화, 국제 제재, 폐쇄적 행정구조에 갇혀 있다. 이런 조건에서 특정 공정의 개선만으로 광업 전반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이번 보도 역시 “몇 해 전 2·16과학기술상 수상”이라는 권위 부여를 통해 성과를 신성화하고 있다. 북한에서 2·16이라는 명칭은 김정일 생일과 연결된 정치적 상징이다. 과학기술 성과조차 독립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최고지도자 우상화 체계 속에 편입된다. 기술은 기술로 평가되어야 하고, 산업 성과는 데이터와 현장 검증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기술 성과가 곧 충성의 증거로 포장된다.

진정한 과학기술 발전이라면 질문이 따라야 한다. 광물 회수율은 얼마만큼 향상됐는가. 전력 사용량은 얼마나 줄었는가. 설비 고장률은 낮아졌는가. 노동자의 사고율은 감소했는가. 광산 주변 환경오염은 줄었는가. 생산 증가분은 주민 생활 개선으로 이어졌는가. 

북한 매체는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성과”, “담보”, “장성”, “절약형”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운다.북한 광업의 미래는 선전 문장으로 열리지 않는다. 기술 도입이 실제 발전이 되려면 투명한 통계, 안전한 노동환경, 환경보호, 노동자의 권리, 생산 이익의 공정한 배분이 함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정권의 성과 과시와 광물 증산 동원의 수단으로만 쓰인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착취의 효율화일 뿐이다. 북한 당국이 정말 광업 부문의 현대화를 말하고 싶다면 먼저 광산 노동자의 현실을 공개해야 한다. 사고와 질병, 임금과 배급, 주거와 의료, 환경피해 실태를 숨기지 말아야 한다. 

기술의 이름으로 인간을 지우는 체제는 결코 현대적 산업국가가 될 수 없다. 광물은 늘어날지 몰라도, 주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증산은 누구를 위한 성과인가. 이같은 질문이 이번 보도 앞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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