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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백두산들쭉리용풍습’을 국가비물질문화유산 제151호로 새로 등록했다고 선전했다. 조선신보는 백두산 들쭉이 양강도의 자랑이며, 예로부터 식생활과 건강 회복에 널리 이용돼 왔다고 소개했다. 들쭉으로 만든 술, 단물, 단묵, 약품 등이 호평을 받아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겉으로 보면 지역 특산물과 민속 생활문화를 보존하려는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 체제에서 이 같은 ‘문화유산 등록’은 단순한 민속 보존 사업으로만 읽기 어렵다. 주민들의 생활고와 식량난, 의료난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정권은 또다시 자연 특산물과 생활 풍습을 동원해 체제 선전의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들쭉은 분명 양강도와 백두산 일대의 대표적인 산열매다. 지역 주민들이 이를 식재료나 약용으로 활용해 온 생활사는 존재한다. 문제는 북한 매체가 이러한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들쭉을 “영양학적 가치와 약리적 효능이 높은” 특산물로 강조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산나물, 산열매, 풀뿌리, 약초에 의존해 온 배경에는 풍요로운 식문화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식량 공급 체계의 실패, 장기간의 배급 붕괴, 의약품 부족이라는 현실이 있었다.
먹을 것이 충분하고 의료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산열매와 민간요법은 전통문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주민에게 충분한 식량과 약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종종 ‘풍습’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 된다. 북한은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을 지우고, 고난 속에서 생겨난 주민들의 생활 적응을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백두산’이라는 이름이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단순한 자연 지명이 아니다. 김일성 항일투쟁 신화, 김정일 출생 선전,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떠받치는 핵심 상징이다.
따라서 ‘백두산들쭉리용풍습’의 국가비물질문화유산 등록은 지역 특산물 보존을 넘어 백두산 신화와 주민 생활문화를 결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들쭉이라는 자연 산물을 통해 “백두산의 기상”, “자력갱생의 생활문화”, “민족적 우수성”을 강조하려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북한은 주민의 일상마저 정치화한다. 산열매를 따고, 술과 단묵을 만들고, 민간 약재로 활용해 온 생활 습관마저 국가가 이름을 붙이고 번호를 매겨 관리한다. 문화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주민의 삶은 다시 한 번 체제의 장식물로 편입된다.
북한 당국은 들쭉 가공품과 약품이 호평을 받아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는지, 병원에서 기본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지, 산간 지역 주민들이 겨울철 식량과 난방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국가비물질문화유산 등록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문화를 누리는 주민들의 삶이 먼저 존중되어야 한다. 주민이 굶주리고 병들어도 정권이 특산물과 풍습만을 치켜세운다면, 그것은 문화 보존이 아니라 현실 은폐다.
북한이 진정으로 백두산 들쭉 이용 풍습을 보존하고자 한다면, 들쭉을 정치 선전의 소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과 생계권을 보장해야 한다. 들쭉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주민들이 정당한 소득을 얻고, 지역 경제가 자율적으로 살아나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생산과 유통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체제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가는 이름을 붙이고, 등록하고, 선전하지만 주민의 자유로운 삶은 통제한다. 결국 이번 유산 등록은 문화 보존이라기보다, 주민들의 생활문화를 국가 선전 체계 안으로 흡수하는 또 하나의 정치 행위에 가깝다.
백두산 들쭉은 죄가 없다. 그것은 자연이 준 귀한 산물이고,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온 소중한 자원이다.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북한 정권의 방식이다.
북한은 자연의 풍요를 말하지만 인간의 빈곤은 말하지 않는다. 전통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주민의 권리는 언급하지 않는다. 건강 회복을 말하지만 의료 체계의 부실은 감춘다. 민족문화 보존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모든 문화를 정치 선전의 도구로 끌어들인다.
백두산 들쭉 이용 풍습의 국가비물질문화유산 등록은 북한이 얼마나 집요하게 일상의 모든 영역을 체제 선전으로 전환하는지를 보여준다. 주민의 삶에서 나온 풍습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소유하고, 번호를 매기고, 선전물로 소비하는 구조다.
문화유산은 주민의 삶을 높이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문화유산은 자주 주민의 삶을 가리는 장막이 된다. 들쭉의 향기는 선전할 수 있어도, 배급이 끊긴 주민의 빈 그릇과 약이 없어 버티는 산간 마을의 현실까지 감출 수는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