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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는 ‘사람’이 필요하다

2026-06-04 07:18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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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고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절실한 대한민국

폴란드 그단스크에 세워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동상  연합뉴스
폴란드 그단스크에 세워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동상 - 연합뉴스

사회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건물이 균열을 견디다 어느 순간 붕괴하듯, 한 사회도 가치의 균열을 방치할 때 무너진다. 자유가 방종으로 변하고, 권리가 책임을 잃고, 민주주의가 숫자의 폭력으로 전락하며, 경제가 인간 존엄이 아니라 탐욕의 도구가 될 때 사회의 기초는 서서히 허물어진다.

오늘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정치적 혼란이나 경제적 불안만이 아니다. 더 깊은 곳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도덕적 기반, 신앙적 기반, 공동체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반이 무너진 사회에는 신앙적으로 준비된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한 종교적 구호가 아니라 사회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경고가 된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는 늘 인간 해방을 말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인간 존엄의 파괴, 양심의 억압, 신앙의 말살, 국가 권력의 절대화였다.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보지 않고, 계급과 집단과 국가의 부속품으로 바라볼 때 자유는 사라진다. 개인의 양심은 탄압되고, 가정은 해체되며, 교회와 종교는 권력의 감시 아래 놓인다. 역사는 이미 수없이 증명했다. 신앙과 양심이 무너진 자리에 전체주의는 반드시 들어온다.

1989년부터 1991년 사이 유럽 공산주의가 붕괴한 뒤 세계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섰다.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는 어떤 문화적 토대 위에서도 저절로 작동하는 장치인가. 공산주의 이후 새롭게 자유를 얻은 나라들은 어디에서 자유를 고귀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1년 회칙 「백주년」에서 이 질문에 깊이 응답했다. 자유로운 정치와 자유로운 경제가 참으로 인간의 번영과 사회적 연대를 이루려면, 단순히 제도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자유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마음과 정신의 습관, 곧 덕을 갖춘 사람들이 사회 안에 일정한 정도의 세력을 이루어야 한다는 통찰이었다.

이는 오늘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헌법이 있다고 자유민주주의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있다고 민주주의가 저절로 성숙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경제가 있다고 인간다운 번영이 반드시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제도는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양심과 덕성 위에서만 건강하게 작동한다.

자유를 방종으로 쓰는 사람들, 민주주의를 권력 장악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들, 경제를 탐욕의 도구로 삼는 사람들이 사회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결국 껍데기로 전락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는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신앙과 양심, 진실과 책임, 정의와 덕성을 지키는 문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토대는 법 조항 이전에 인간관에 있다.

인간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존엄한 인격이라는 믿음, 권력은 절대화될 수 없으며 진리와 양심 앞에 제한되어야 한다는 확신, 공동체는 강제와 선동이 아니라 책임과 사랑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한쪽에서는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사악한 이념의 어둠이 밀려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앙, 기도, 양심, 덕성, 책임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둥을 절박하게 붙들고 있다. 그들은 거대한 군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붕괴를 막는 것은 언제나 숫자만이 아니다. 역사의 고비마다 사회를 지킨 것은 신념과 덕성을 갖춘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신앙적으로 준비된 사람은 단순히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진실 앞에서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악을 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약자를 외면하지 않고, 권력 앞에서 양심을 팔지 않으며, 자유의 이름으로 무책임을 합리화하지 않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책임지는 사람이고, 믿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행동하는 사람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거짓된 약속을 꿰뚫어 보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신앙적 양심으로 지켜 내는 사람들이다. 무너지는 기초를 남 탓하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기둥 하나라도 붙드는 사람들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시민사회에서, 언론과 정치의 현장에서 진실과 자유와 인간 존엄을 지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은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신앙과 덕성, 양심과 책임을 갖춘 사람들의 삶을 통해 유지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통찰처럼, 자유 사회가 참으로 인간다운 사회가 되려면 자유를 고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기반이 무너진 사회를 다시 세우는 길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신앙으로 자신을 준비하고, 덕성으로 공동체를 섬기며,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어둠의 이념이 사회를 삼키려 할 때, 기도하는 양심과 행동하는 신앙이야말로 마지막 방어선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냉소가 아니다. 더 많은 분열도 아니다. 신앙적으로 준비되고 도덕적으로 단련된 시민들이다. 그들이 있을 때 사회의 무너진 기반은 다시 세워질 수 있다. 그들이 있을 때 자유민주주의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명이 된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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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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