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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김정은의 ‘구축함 정치’

2026-06-07 09:49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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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에 띄운 것은 군함인가 체제 불안인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신형 구축함 ‘강건’호의 항해시험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6월 4일 구축함 ‘강건’호에 직접 승선해 항해시험을 참관하고, 함정의 기동성과 무장체계 시험 계획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를 “해군 현대화”와 “군사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포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한반도와 주변 해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전형적인 군사 선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김정은이 해군을 “핵전쟁억제력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는 북한이 단순히 재래식 해군력 증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수상함과 수중전력을 핵전력 운용 체계와 결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상 발사 미사일과 잠수함 전력에 이어 수상함까지 핵 억제력의 한 축으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은 한반도 안보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한 행보다.

북한은 이번 항해시험을 통해 구축함 ‘강건’호의 순항체제와 고속기동체제가 “작전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군사적 완성도와 별개로, 북한 보도의 핵심은 언제나 기술 검증보다 정치적 과시에 있다.

군함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공개하기보다는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과학자·기술자·군수노동계급에 대한 찬양을 반복하는 방식은 북한식 선전의 전형이다. 군사 장비의 성능보다 김정은의 지도력을 부각하는 구조 자체가 북한 군사 보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특히 김정은이 “수중비밀병기 개발과 생산”, “1만t급 구축함 건조” 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해군력 증강 방향이 앞으로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주민 생활 개선보다 군사력 확대에 국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식량난과 경제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조 원대 군사 개발을 체제 성과처럼 선전하는 것은 주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선택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군사력 증강을 “평화 수호”라는 표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전쟁 억제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핵무기와 미사일, 해상 타격 능력을 앞세워 주변국을 위협해 왔다.

“군사주권”이라는 표현 역시 방어적 개념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북한 체제에서 그것은 주민의 자유와 생명, 국제질서에 대한 책임과는 무관하게 김정은 정권의 생존과 협박 수단을 강화하는 말로 기능해 왔다.

이번 ‘강건’호 항해시험 보도는 북한이 해군 현대화를 단순한 군사기술 과제가 아니라 체제 선전의 핵심 무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와 5개년 국방발전정책을 언급하며 구축함 취역을 독려한 것도 군사 성과를 당의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다.

군함 하나를 띄우는 장면조차 김정은의 “믿음과 기대”, “고무격려”라는 정치적 언어로 감싸는 방식은 북한 군대가 국가 방위 조직이라기보다 최고지도자 우상화 체계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는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력 과시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수중비밀병기 개발이 아니라 군사적 도발 중단, 국제 규범 준수,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 그리고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조치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주민에게는 희생을 요구하고, 군수산업에는 자원을 몰아주며, 외부 세계에는 위협을 확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구축함 ‘강건’호의 항해시험은 북한이 말하는 “강국의 위상”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그것은 주민의 풍요도, 인권의 보장도, 정상국가로서의 신뢰도 아니다. 오직 핵과 미사일, 군함과 선전, 그리고 최고지도자 우상화에 기대는 체제 생존 전략일 뿐이다.

바다 위에 띄운 것은 신형 구축함만이 아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체제의 불안과 주민의 희생을 군사 선전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띄워 올렸다.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북한의 해군력 증강을 단순한 군사 이벤트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이 해상 기반 타격 능력과 핵전력 운용 범위를 넓히려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감시·대응 체계와 한미일 안보 협력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동시에 북한 정권의 군사 선전 뒤에 가려진 주민의 고통과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아무리 “평화”를 말해도, 핵무장과 군사 도발을 확대하는 한 그 말은 공허한 선전에 불과하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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