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의 이념과 역사] 문명은 에덴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 앎(지혜)이 시작되자 무지의 낙원상실, 문명 탄생
- 문명史, 도전(낙원상실)에 맞선 응전(낙원건설)의 반복
- 인간을 문명으로 이끈 힘, 실수 반복하는 어리석음과 그 도정의 장엄함

 

이 · 강 · 호

 

역사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래서 역사서의 첫 장은 인간의 기원에 관한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의 첫 조상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진정한 관심은 인간의 진화론적 연대기가 아니다. 인간 진화의 발자취는 역사이기보다는 생물학의 영역이다.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이 아니라 그 주역으로서의 인간의 어떤 면모다.

 

때로는 신화의 상징과 비유가 그 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구약 창세기의 에덴동산 이야기가 그런 경우다. 창세기는 서사의 첫 장에 어울리게 “태초에”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인간의 이야기는 창조의 여섯 번째 날부터 펼쳐진다.

 

 

에덴동산 이야기

 

신은 인간의 조상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여 에덴동산에 살게 했는데 그들은 신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 먹고 그 벌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앞의 말은 신의 경고와 명령이고 뒤의 말은 뱀의 유혹이다. 그런데 인간은 명령과 경고를 어기기 일쑤다. ‘처음부터’ 그랬다. 잘 아는 대로 하와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고 그것을 아담에게도 먹게 했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자신이 알몸임을 깨닫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몸을 가렸는데 아담과 하와는 결국 이 일로 낙원에서 쫓겨난다.

 

 

낙원을 잃었기에

 

어긋남의 버릇은 태초부터 비롯된 셈이겠다. 그런데 인간이 에덴에서 쫓겨난 것은 불복종 때문일까 아니면 눈이 열린 덕분일까? “사람이 선과 악을 알아…”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낙원은 없다. 비유적으로 보자면 어린아이와 같은 무지가 낙원일 수 있다. 정신적 각성에는 고통에 대한 자각도 동반하게 된다. 앎이 시작되면 ‘모름의 낙원’은 더 이상 없다.

 

인간은 그렇게 낙원을 상실하고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지혜를 갖고 에덴을 떠났다. 그런데 창세기에서 인간은 지혜를 얻은 대가로 낙원을 상실했지만 뒤집어보면 다른 의미가 읽힌다. 주어진 낙원이 없는 한 지혜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숙명이다. 인간은 그 지혜로 ‘상실한(그래서 갈망하는) 에덴’을 대신하는 삶의 터전을 개척해야 했다. 그 개척이 바로 인간을 문명으로 나아가게 한다.

 

 

문명은 에덴은 아니다

 

문명은, 토인비의 표현을 빌자면 도전과 응전의 산물이다.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의 도전에 맞서 시련의 극복을 위해 응전을 하는데서 문명이 탄생한다. 말하자면 에덴의 상실이라는 도전에 맞서 새로운 낙원을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가 바로 문명일 터이다. 에덴에서 추방된 아담과 그 자손들이 농업과 목축을 시작하고 야금술과 악기를 발명했다. 문명은 인간이 에덴동산을 떠남으로서 탄생했다.

 

그래서 문명은 신화적 비유에서든 역사적 실재로든 결코 에덴은 아니다. 갖지 못한 에덴을 대신하는 현실적 갈망의 구현일 따름이다. 그 갈망이 지혜를 요청한다. 그런데 그 지혜는 ‘뱀의 유혹’이라는 신화적 비유가 함축하듯 태생에서부터 에덴의 순수함과는 부조화다. 그래서 그 지혜가 일으키는 문명은 에덴이 되기를 바랄 수는 있어도 에덴이 될 수는 없다. 문명의 역사는 그 한계의 반복을 보여준다.

 

 

어리석은 그러나 장엄한…

 

문명사는 폭주하는 갈망이 낳는 교만으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도정은 장엄하기도 하다. 인간을 문명으로 이끈 것은 낙원의 편안함이 아니라 고난이었다. 고난을 넘어서고자 했기에 문명이 탄생했다. 그리고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그 실수를 이겨가며 다음의 역사를 이어가곤 했다.

 

역사는 그렇게 인간의 어리석음과 장엄함이 씨날줄로 교차하면서 이어져 왔다. 인간이 바로 그런 존재이기에, 한계와 가능성이 늘 함께 하기에 그랬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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