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민족주의가 불러 올 체제탄핵

- 우리민족끼리 통일정책, 공산세력의 환상이자 기만
-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확산은 대한민국의 책무.
- 정체성 상실한 민족공조, 극한 대결 유발 필연적

 

서독 빌리 브란트 (Billy Brandt) 총리의 동방정책은 서독이 일방적으로 동독을 흡수통일 하겠다는 정책의지의 발로는 결코 아니었다. 소련에 의한 동구유럽 공산화 확산을 막고, 동-서독 간 일정한 세력균형정책의 유지 및 분단의 관리차원에서 실행되었던 중장기 정책이었다.

이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이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체제로 전환될 때까지, 서독은 단 한번도 동질적인 게르만민족으로서 동-서독의 민족통일 타당성을 주장했던 바가 없다.

 

혈족적 민족관념을 벗어난 독일정신

 

다만 동독은 피를 나눈 게르만 민족국가로서 동-서독 통일을 쟁취해야한다고 가끔 언급하긴 했지만, 그 강도는 과거의 독일정신(German Geist)을 강조했던 혈족적 민족관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동독과 서독이라는 2개의 독립국가로서 상호간의 존재를 인정했고, 그 바탕 하에서 통일을 향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했다. 동독이 표방했던 여러 형태의 외교적 정책중에 한 일환으로, ‘민족통일’이라는 전술적 접근법도 그 속에 포함되어진 것이다.

동독국민들은 동독의 공산체제이념이 무너진 후, 자발적으로 국민투표를 통해서 체제전환을 이루었다. 동-서독 간 동질적인 체제 형성을 근거로 상호 수평적인 통일관계가 성취되어질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文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한민국의 체제 정통성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남-북한이 유엔으로 대변되는 국제사회에 동시 가입을 했던 두 개의 독립적인 개별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입만 열면 혈족적 ‘민족’을 강조하고 동시에 대한민국 체제정통성을 부인하는 역사왜곡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일제에 저항했던 민중들의 저항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 일제친일파들이 세운 태어나지 말아야 했던 정치체제라고 암시하고 있다. 또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었던 국가영웅들을 토착왜구 또는 친일파로 몰아서, 이들을 조롱하는 민중적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 

따라서 일제에 대항했던 중국의 국-공합작형태의 독립운동을 빗대어, 지난 세월 남한 내 공산세력들이 자행했던 모든 反대한민국적 반역행위들을 민중들의 민주적 저항운동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분명히 남북한 체제대립이 지난 70년간 존속해 왔고, 공산전체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사이에서 그 어떠한 낮은 단계의 연방이나 국가연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文정권은 줄기차게 ‘우리민족끼리’, ‘민족은 하나다’라는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동조하고 있다. 

특히 文정권은 남북한 ‘민족개념’을 정치체제와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뛰어 넘는 최상위 개념의 정치이념으로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허물고 있다.

 

형식성과 목적지향으로서의 헌법가치

 

인류역사의 경험과 모든 정치원론들은 “체제가 다른 두 국가가 연방을 형성하거나, 국가연합을 형성한 사례는 전무하며,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한 사실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체제를 무시한 채, 민족이란 개념을 앞세워 통일정책을 추진할 경우, 그 끝은 반드시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전쟁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을 한반도내 유일한 합법정부이며, 그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국이후 지난 73년의 대한민국역사 속에서 6·25전쟁을 비롯하여, 현재까지 남과 북은 국가생존을 건 격렬한 체제대립 중에 있다. 

따라서 헌법의 내용은 형식성(Nominal)과 목적지향이라는 관점에서 존재하며, 현실세계는 남(ROK)과 북(DPRK)이 유엔에 동시가입되어 서로 다른 개별국가로 상호대립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991년 유엔가입과 동시에, 남-북 간 체결되었던 남북기본합의서와 대한민국정부의 민족통일 3단계 정책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위정자들이 얼마나 정치적 낭만주의에 빠져있었으며, 북한의 체제성격과 군사적 위협을 애써 외면하려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정치적 낭만주의에 기인하여, 급기야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탄핵하려는 종북·종중의 文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

 

文정권은 민족이란 마술로 완전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해버렸다. 북한이란 주적개념이 사라졌고, 남과 북의 경계를 가르는 국경선 개념도 흐릿해졌으며, 중국에 대한 경계의식도 부차적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국정원 원훈석에 이어서, 서울경찰청 표어까지도 소위 ‘신영복’체로 바꿈으로써, 대한민국 수호의 영혼을 깡그리 망가뜨리고 있다.

 

 

야권후보군, 통일정책 · 철학의 부재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민족끼리’라는 표어 앞에서는 야권의 대선후보들도 분명한 자기 철학이나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들도 손 놓고 있는 것은 매일반이다. 대한민국이 분단을 극복하고, 동아시아를 선도할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남북한 간 체제대립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기자나 언론사도 ‘민족’과 ‘체제’문제에 대해서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전에 해왔던 관성대로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암울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북한 핵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진정 한반도 통일을 지향한다면, 민족이라는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두 개의 분리된 주권국가로서 남과 북이 국제사회를 매개로 마주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첫 번째 단추인 것이다.

‘민족국가’(Nation-State)는 한민족(Nation)이 한 국가(State)를 형성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민족은 피를 나눈 혈족적인 관계가 아니고, 그 국가의 가치와 이념 및 체제를 공유하는 국민들을 말한다.

그러므로 북한은 북한체제를 공유하는 민족, 즉 ‘김일성 민족’이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대한민국 민족(국민)인 것이다.

 

한 국가공동체의 ‘체제’(Regime) 인식은 국가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너무나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 치면 생명보전과 직결되는 ‘물’과 ‘공기’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망각한 채,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체제적 가치를 상실할 지경에 이르면 대한민국은 완전히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또한 그 속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함께 소멸하게 되어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 윤석열과 최재형 등으로 대변되는 야권의 대선후보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의 한반도 통일전략을 국민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족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적실성 있는 한반도 통일정책을 이 기회에 전파시켜야 한다.

민족통일의 관념을 깨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재조정하며, 체제를 달리하는 독립된 국제사회 개별국가로 남과 북이 마주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을 급선회시켜야 한다. 그 답은 바로 남북한이 개별국가로 분리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한반도 통일정책을 구체적으로 가시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분리를 통한 통일정책’(Unification Through Separation Policy) 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임지 (TIME) 표지모델로 재등장한 文대통령의 사악하고 간교한 ‘대북 메시지’를 곱씹으며, 너무도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자유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강 · 량 <정치학박사 /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 초청시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실

핫 뉴스 & 이슈

[꼰대 政談] “니가 영수면, 나는 안 철수다!”
‘영수’(領袖) :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 ‘우리말사전’에 나오는 뜻풀이다. 의미를 새기다 보니... 그럼 ‘조폭’(組暴) 두목도 ‘영수’(領袖)? 참으로 시답잖게 글을 시작했다. 아무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갖고 국정 현안을 논의했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저 ‘회담’에 대한 여러 매체의 상세한 기사와 방귀깨나 뀐다는 전문가들의 논평·분석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이러쿵저러쿵 언급해봤자 크게 어필할 수도 없을 터이다. 그저 숟가락 하나 얹는 셈 치고 찌질한 꼰대의 천박한 말품이나 풀어보기로 한다. 재밌자고 하는데 죽자고 덤비진 말자. ‘영수회담’(領袖會談)... ‘집권 야당’(執權 野黨) 대표가 굳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권위주의 시절 잔재인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썼다”는 지적도 있다만... 그 대표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수군거림도 있다고. 어찌 됐든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싶은... 그래서 그런지, 서로의 인사말 후에 퇴장하려는 기자들을 붙들어 앉히고는 준비해온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았다는데... A4용지 10장 정도로 약 15분간을 짖어댔단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