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도 잊은 인지불감증(認知不感症)의 사회

- 썩은 물고기 물 위로 떠오르듯 부패의 모습 드러내
- 부패에 눈감은 사회는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린다

 

호숫가를 거닐다 보면 부패한 고기가 떠오른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부패 정도가 심해서 그냥 가라앉아 있지 못하고 떠오른 것이다.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작은 고기는 자중(自重)에 의해 바닥에 가라앉은 채 떠오르지 않고서 사라져가지만, 부패가 심한 고기는 반드시 떠올라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성현들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표리부동의 인간들과는 사귀지 말라고 하였다. 그것은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노모는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샘하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며 아들이 부패하지 않고 바른 길로 가게 하였다.

조선의 공신 이직은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고 부패한 위선적 충신(?)을 질책하였다. 이는 모두 부정을 삼가고 언행에 모순이 없기를 바라며 심저(心底)에 부패가 들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전직 대통령이었던 분이 북한의 김정은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풍산개 문제로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한 적이 있었다. 이분은 이전에도 “사람이 먼저”라고 하면서도 “우리 사람이 먼저”로 하였다. 출가한 자녀를 관저에 거주하도록 한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때 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의심케 하는 언행을 드러내 보였다. 그간 표리부동이었던 이분의 심저에 자리하고 있었던 물신주의에 물든 부패가 생명에 대한 경시로 이어져 몇 년간 키워온 풍산개의 파양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을지...

 

 

또, 더 근간에는 지난 대통령 선거의 여권 후보였던 야당 대표의 측근들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어찌 된 것인지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할 분의 여러 측근이 이전에는 목숨을 달리하더니, 최측근들의 부패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며 야당 대표 본인에게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익 결속으로 생겨난 부정 도모에는 결속에 따른 자중으로 가라앉아 있을 수 있었지만, 이익 해체로 생겨난 부정처벌에는 해체에 따른 부력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이렇듯 야당 대표의 최측근들은 그간의 부정을 실토하면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은 궤변으로 감정을 자극해서 사적인 탐욕을 도모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도 야권에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감정을 자극하고, 떼로 행동하면 힘이 될 수 있다며 "정권 퇴진"을 외치는 허망한 자들도 있다.

이들과 같이 하는 부류의 거의 모두는, 마치 사기그릇을 바닥에 팽개쳐 깨뜨리듯이 세치의 혀로 건전한 상식을 깨뜨리면서도 하나같이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하지만, 그 심성이 너무나도 부패하여 그간 숨겨져 왔던 허상이 드디어 악취를 풍기며 떠올라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심하게 부패한 고기들이 호수에 홀로 아닌 떼로 떠오르듯이 부정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야권 대표를 비롯한 그 측근들도 그러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명심보감에는 “귀로 남의 그릇됨을 듣지 말고, 눈으로 남의 모자람을 보지 말고, 입으로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글귀가 있다. 이 말을 지키면서 세상을 살아가면 큰 화는 입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일어난 부패를 방관한다면 군자가 아니라 졸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 동조궁 신사의 원숭이와 같이 자신만 입과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으면 화를 피할지 모르나, 부패는 더 큰 부패를 만들고 그 부패는 결국은 자신도 멸망시킨다.

 

부패에 대해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인지불감증의 사람들이 많은 사회... 특히,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부패에 대해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후안무치의 행동을 할 때에 사회는 눈사태가 난 것과 같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모두가 자신만을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부패는 언덕을 구르는 돌과 같이 더 가속하게 된다. 부패한 사회에서는 모든 것은 자신만을 위한 존재로 여기므로 언제나 모든 것이 불안하다. 하지만 기강이 바로 선 부패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모든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하게 되므로 언제나 모든 것이 안전하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세상은 내가 아닌 네도 있다는 공동체를 의식하면서 더 이상 부패로 인해 사회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채 · 시 · 형 (蔡時衡)  <자유기고자>  

 

        ※ 초청시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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