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布石)과 행마(行馬)

- 대가의 포석으로 착점의 중심을 잡아야
- 도둑 하나 열 사람이 막을 수 없듯이...

 

바둑에 있어서 포석은 대국의 초반에 요소를 찾아 돌을 배치하는 일로, 제3선이나 제4선에 집중 배치하여 실리와 세력의 조화를 도모한 후에 나중 행마의 전투를 위해 대형을 갖추는 과정이다. 바둑을 한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라면 귀의 착점(着點)을 중심으로 화점포석, 소목포석, 삼삼포석, 외목포석, 고목포석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포석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대국자는 먼저 포석을 하면서 피아의 능력 등을 고려한 지피지기(知彼知己) 후에 포석을 한다. 어느 정도 바둑의 대가라면 초반 몇 수의 포석만 보고도 대국자가 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포석 후에 진행되는 행마의 몇 수를 더 보고서 어느 정도 승부도 예측하기도 한다.

따라서 바둑의 초반 포석의 한 수는 후반 행마의 여러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사회에서 어떤 사업(事業)을 추진하고자 할 때에는 인력, 자금, 환경 등을 모두 파악한 후에 이루어진다. 사회나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의 책임자는 자신에게서 구할 수 없는 자금과 환경 등을 수용하면서 인력, 즉 자신에게서 구할 수 있는 인재를 알맞게 업무에 배치하는 바둑에서의 포석을 한다.

책임자는 업무의 포석에 있어, 재주가 많고 두뇌회전이 빠르고 탁월하다지만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며 주위를 두루 살피는 것이 부족한 사람은 간사하며 소인일 수 있으니 쓰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송사(宋史)의 유일지전에는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일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는 말이 있는지 모른다.

 

 

간사한 소인의 “도둑 하나를 지키는 사람 열이 못 당하는 일(十人之守 敵難一寇 십인지수 적난일구)”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문명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고대와는 달리, 문명화가 많이 이루어진 현대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은 독단이 아닌 중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 더 소인배를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포석의 중요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제대로 된 포석을 끝내지 않은 채 깊은 고심과 고민을 하지 않고서 행마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의문이 간다.

부나비 촛불에 몸을 던지듯이 아첨과 참소로 관직을 구하고, 과감히 목숨을 걸고 큰일은 도모하지 못하면서 이익만 좇아 움직이면서 허황하고 거짓된 말로 주군을 기쁘게 하는 자가 보인다. 부자 욕심쟁이가 한 푼의 돈에 목숨을 걸고, 가난한 거지는 한 줌의 음식에 목숨을 걸 듯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세상에 살아왔으면서도 관직탐욕에 치사(致仕)를 잊은 자도 보인다.

 

 

반면에, 국정의 시비를 판단하고 잘못을 시인할 것을 간언하는 사람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고는 먼저 사람의 성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이 초반부터 일부 포석과 행마에 문제점이 나타나서는 대국을 승리를 이끌 수 없듯이 국민에게 이득을 가져올 수 없다.

 

이번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스스로의 결심으로 선거에 출마하였고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취임해서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더러 말썽도 있었지만 바둑의 포석을 두듯이 어느 정도 정부 기관의 인사도 이루어졌다. 이제 최고 책임자의 몸은 자신의 몸이지만 더 이상 최고 책임자 자신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항해하는 선장이 태만하고 무능하면 혼자 죽지 않고 배와 함께 모든 승조원을 수장시킬 수 있는 것과 같아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국정의 포석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더러 흠결이 있는 포석은 보강해가면서 행마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고심하고 고민해야 한다. 각 부처가 하고자 하는 업무의 목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추호의 게으름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부 운용의 행마를 함에 있어서 “가는 속력보다 가는 방향”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같이 두는 수마다 객관적인 수치로 계산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착점을 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막연하고 사변적(思辨的)인 말보다 객관적인 수치로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집무실 등에 봉황의 문양이 장식된 것은 연작(燕雀)과는 달리 봉황(鳳凰)과 같이 신성한 소명을 수행하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잊는다면 주왕이 애첩 달기에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에 헤맨 것과 같이 주홍색의 나쁜 평가만 남기게 될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은 자신 스스로 행하기 나름이며 남들이 나서서 평하기 나름이다. 그러므로 이를 항시(恒時) 명심하는 자는 반드시 좋은 이름을 남길 것이지만, 일순(一瞬) 망각하는 자는 반드시 악명을 떨칠 것이다.

 

채 · 시 · 형(蔡時衡)  <자유기고자>  

 

              ※ 초청시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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